시를 공부하는 친구의 권유로 낯선, 다소 젊은 꽃 같은 미모를 가진 이 시인의 시를 처음 접했다. 김선우의 시는 어딘가 모르게 흥건하고, 질퍽하고, 은밀하다. 양수, 생명을 잉태한 모태를 모티브로 하는 시들은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와 함께 포근하다. 때론 적나라하게 까발리기도 하고, 또 부드럽게 드러내는 폼이란. 어쩐지 당당함까지 느껴진다. 젊지만 그녀의 시는 다른 여타 시인들과는 달리 새롭다. 전체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시는 [엄마의 뼈와 찹쌀 석 되]라는 시였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엄마의 당부랄까. 당신이 죽은 후에 자신의 뼈 가루를 찹쌀 석 되와 섞어 바람좋은 날 시루봉 너럭바위에 흩뿌려 달라시는... 그냥 뼈 가루는 들짐승 날짐승들이 꺼려할지 몰라 찹쌀가루랑 섞으면 적당히 잡순 후에 나머진 바람에 실려 천. 지. 사. 방. 훨. 훨 가볍게 날으고 싶다는...이 시는 어쩐지 가슴을 아프다 못해 시리다. 시인이 시에도 말했듯이 나 또한 시인의 입장이 되어 당신께 묻고 싶어진다. 찹쌀 석 되라니! 도대체 언제부터 엄마는 이 괴상한 소망을 품게 된 걸까... 시집 전체에 흐르는 태생과 소멸해 가는 과정은 근본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고도 긴장감을 유지한다. 나이보다 다소 성숙한 시인은 첫 시집답지 않게 당차다. 어쩌면 그녀는 또 하나의 창조를 위해 지금쯤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산고의 고통을 느끼며 곧 해산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