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나는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문학동네 신인 작가 당선작 소설을 기다린다. 신인이기 때문에 약간은 엉성하고 때론 서툴고, 신인이기 때문에 발랄하고 재치 있고 기발한 문장이 있는, 또한 신인이기 때문에 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소설은 가끔씩 먹어야 맛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솜사탕 같다.

올해도 이런 솜사탕 같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되는 달콤함에 나는 입이 한껏 벌어져 있다. 이번 당선작 박현욱의 <동정없는 세상>은 어찌 보면 성장 소설 같다. 막 청소년기를 벗어나기 직전인 다시 말해서 막 성인으로의 입문을 섹스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통과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동생 같고 아들 같아 사랑스럽다. '한번 하자'로 시작하여 '한번 하자' 로 끝나는 재치 있는 말투와 같이 내용 또한 생기 있고 발랄한 명랑 만화 같았고, 드라마를 보듯 장면 장면이 자연스럽게 잘 넘어가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그러기에 박현욱은 신인으로서의 참신함은 충족했다고 본다.

반면 신인이기 때문에 찾아 볼 수 있었던 아쉬웠던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주인공의 성장과정에 섹스라는 어떻게 하면 동정(童貞)을 떼어 버릴까가 스토리 대부분의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는 자칫 풋내기 남자아이에 동정(童貞)을 떼어버리는 일로만 국한되어 소설 전체를 가볍게 보아 넘길 소지가 있다고 본다.

또한 작가가 의도한 동정(同情)없는 세상과 동정(童貞)없는 세상에 이중적 제목은 독자를 이해시키는데 부족했다고 본다. 몇 군데 명호씨의 입을 통해 작가가 하고싶은 말들을 배치해 놓긴 했어도 곳곳에 재스추어 같은 문장에 가려져서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본다.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많이 생략함으로써 명호씨와 숙경씨 그리고 주인공 아버지의 대한 궁금증은 해소시키지 못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시종일관 흥미롭다. 특히 주인공 아이의 밝은 성격과 건강한 정신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년에도 나는 신인 소설작을 기다릴 것이다. 솜사탕은 언제 먹어도 항상 달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