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사계절 1318 문고 8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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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은 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겨울 끄트머리에 서서 올 겨울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춥고 시련이 많았던 날들이 많았다. 그만큼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것도 이제사 새삼 느낀다. 세상엔 쉬운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박상률선생의 <봄바람> 책을 봄이 오기 전에 서둘러 읽었다. 가지고 있은지 몇 달만이다. 말그대로 성장소설이라 봄처럼 상큼하고 싱그러운 구석이 참으로 많이 느껴진다. 주인공 훈필이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시절로 넘어가는 과정이 옛날 우리네가 겪은 일상으로 쉽게 끌어가 주었다.

글이란 그런것인가 보다. 단 한줄로 인해 기억을 거기어디까지 끌고 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누구나 어렵던 시절 훈필이의 시골생활과 고만한 또래아이들의 고민과 또 일상들. 짝사랑하는 은주앞에서 말 한마디 못한 채 머뭇거리기만 할 때, 목장의 꿈을 키우면서 자신의 학비자금으로 정성스레 키웠던 염소 한 마리, 그런 일상으로부터 가끔씩 날아오는 서울이야기, 도시이야기.

도시는 어린 그들에게 희망이고, 동경의 세계이다. 하지만 실상 도시로 떠나간 누나 오빠들은 되돌아오지 않았고 가끔씩 들려오는 방탕한 소문만 무성하다. 훈필은 점점 짝사랑하는 은주에게 실망을 느끼고, 꿈이었던 염소마저 죽어버리자 일상에의 탈출을 꿈꾼다.

자신도 미지의 도시로 떠나 성공하기를 바란다. 어머니, 아버지 몰래 돈을 훔쳐 달아나지만 결국 하루만에 되돌아온다. 동경의 세계는 어린 훈필에게 쉽게 다가와 주지 않았다. 경험은 어린 훈필을 어느새 청소년으로 바꿔 놓았다. 쉽지 않는 탈출.

이 책은 꽃동냥치 꼬치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때때로 철만난 꽃을 꺽어 낡은 망태기를 등에 지고 노래를 부르며 마을로 다가오는 꽃치, 이 집 저 집 동냥으로 살아가지만 아무도 그런 그를 멀리하지 않는다. 홀연히 왔다 홀연히 살아지는 꽃치. 노래는 구슬프게 잘하면서도 절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훈필이게 던진 한마디. '꽃이 아름답지 않냐?'

거렁뱅이인 꽃치와 아름다운 꽃과의 대조도 이 글을 읽은 묘미 중에 하나로 보인다. 작가는 어린 자신을 되돌아보면 이 글을 쓴 듯 하다. 결국 자신을 키우는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그런 청소년기가 있었기는 했던가. 그립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청소년이 읽을 책이 많지 않는 요즘, 이 책을 많은 청소년들이 읽고 쑥쑥 성장하기를 바란다. 겉모습만 화려한 요즘의 우리 아이들에게 내면적인 성숙이 필요한때 꼭 권해주고 싶다.

머지않아 아지랑이 살랑거리며 봄바람은 분명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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