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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바스콘셀로스 지음 / 효리원 / 199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후훗
개구쟁이, 말썽꾸러기, 제제. 밍기뉴. 그리고 포르투가 아저씨. 다른 사람들 역시 감동 깊게 읽었겠지만 늦은 가을날 오후 난 전철 안에서 한동안 책을 덮고 눈을 감아야 했다. 부끄러움으로 얼른 눈가를 훔치긴 했지만, 정에 메마른 내게 진한 감동을 준 책이었기에 감사했다. 제제의 어린이 같지 않은 행동과 생각들.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너무 귀엽고 웃겨서 슬픈 책. 작은 제제가 구두통 가방을 든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슴속깊이 울컥하는 그리움. 혹은 아련함. 포르투가 아저씨의 따뜻함이 있었기에 제제는 잘 자랐을 것이다. 자신의 깊이에 스무 배는 넘을 것 같은 사람과의 친구라... 너무 부럽고 가슴아팠다.
내게도 밍기뉴같은 나무가 있다. 몇 년전 친구와의 사랑으로 함께 심은 나무다. 나보다 작았던 것이 어느새 내 키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몇 달째 찾아가 보지 못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난 이제 제제처럼 밍기뉴에게 이것저것 얘기하는 솔직한 아이가 아니다. 그러기엔 너무 훌쩍 커버렸기 때문이다. 주말엔 한번 찾아가 볼까한다.
잊혀진 것 들을 찾아주는 책. 내게도 그리움이라는 불을 밝힌 하나의 사건으로 이 책은 영원히 내 안에서 꿈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