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진. 낯선 이름 뒤에 [라벤더 향기]라는 상큼한 내음이 느껴진다. 요즘 소설책은 재미가 있다. 여성 독자들이 많이 공감하는 이루지 못하는 아픈 사랑이야기들. 분명 서하진의 소설은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김인숙, 한강과의 소설하고는 다르다. 여성작가들이 탈피하지 못하는 소재 '불륜'을 주로 이책에서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제 그녀의 소설 한 권을 겨우 읽은 독자인 나는 감히 이 소설에 대해 약간은 어설프고 확실한 보여주기가 없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녀의 소설 소재들은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주변 이야기들이라 그닥 신선하지 못했다. 물론 소설 소재라는 것이 신선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겁고 어두운 소재들과 내용인데 반해 그 내면에서 깊이 파헤쳐지지 못한 아쉬움이 들어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부분도 함께 지적하고 싶다.호칭 부분에서도 [무월의 시간]은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언뜻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고 [종소리]에서는 주인공을 이름없이 모두 '여자'와 '남자'로 불려지고 있어 어느 누구를 지칭하는지 애매했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나 [저만치 누군가가 보이네]등은 마무리가 덜 되어 있는 듯 어설펐고, [회전문]이나 [개양귀비][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종소리]등 제목에 있어서도 그저 문장에 속해있는 단어들 중 고심없이 쉽게 정한 것 같은 아쉬움이 든다.어쨌거나 작가는 흠을 보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남자]같은 경우 왜 하필 스케이트보드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의 실마리는 작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그럼에도 그녀의 소설은 재미가 있다. 스피드가 있고 문체가 깔끔하다. 출생의 비밀에서부터 모든 어긋나는 주인공을 보여준 [기차가 지나는 마을]이나, 아픈 남자를 보살피며 지켜보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지켜보는 여자를 보여준 [무월의 시간]은 특히 심리묘사가 좋았던 것 같다. 그녀의 소설은 상처와 아픔들이 적절히 잘 섞여있다. 비정상적인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주인공들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삶의 이중성인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드러내놓지 않는 반전, 그래서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작가의 큰 장점으로 보인다.야구를 좋아하고 지루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서하진은 그 자체를 즐기고 자기화하는 인내심이 강한 사람같다.가벼운 말들로 작가에게 상처만 주지 않았나 모르겠다. 아무런 글도 쓰지 못하는 독자가 과욕을 부렸다고 가볍게 생각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