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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8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둡고 칙칙함이 밝은 빛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진 적이 내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난 한강의 소설이 좋다. 처음 그녀의 소설을 접한 뒤 소설집을 전부 읽은 어설픈 열정까지 보였었다. 하나같이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전부 병들고 아프고 좌절할까. 정상적이지 못한 그녀의 주인공들은 바로 내 옆에, 앞에 있고, 뒤에서 걸어온다.
그럼에도 그녀의 소설은 빛을 발한다. 소설속에서가 아닌 다 읽은 후 독자에게 오는 희미한 빛이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감추고 애써 눈감아 버리는 일들. 어쩜 지극히 사소한 것들을 혼자 힘겹게 끌어오는 한강은 더없이 고단하다. 잠깐씩 책을 덮는다. 숨쉬기를 고른 후 다시 집어 든 책. 간혹 거긴 내가 있기도 해서 순간 당황스럽다. 그렇게 난 어느새 그녀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
그녀를 보는 작가들은 노파심에 염려한다. 너무도 젊은 그녀가 아닌 이젠 서른줄에 접어 든 그녀가 보는 세상은 너무도 적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은 차갑지 만은 않다. 그녀의 주인공들은 연민을 느끼고 또한 어깨를 다독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청명한 하늘,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이 가을에 이십 대 초반에 쓴 애띤 여자의 아픈소설을 이십대 후반인 내가 본다는 사실에 내 어깨를 끌어 안게 만든다. 추워진다. 내게도 분발 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기를 바란다.
한강의 소설은 한기가 느껴지는 미명한 새벽에 잘 어울림직하다. 그것이 감상이든 뭐든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