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雅歌 -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개인적으로 이문열 작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의 탁월한 재담이나 글쓰기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기에 더이상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그를 눈여겨 보게 된것은 그는 분명 남자이면서도 여성을 잘 알고 있는것 같다는 느낌이다. 예전에 <레테의 연가>를 읽을때도 그러했고 <아가>를 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당편이를 통해 내가 느낀것은 단지 소설속의 이야기 만은 아니라는 점. 누구나 글을 쓰는 사람이나 글을 한번도 써 보지 못한 사람도 어린시절 한번쯤은 당편이 같은 이를 보아왔을 것이다. 지금은 몇 달전에 이사를 했지만 전에 살던 곳에도 당편이와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신체에서는 당편이처럼 혐오스럽지 않았고, 전혀 낯설지 않았다. 분명 오고가는 흔한 보통 여자였다. 다만 가끔 정신을 놓는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동네를 수없이 돌아다닌다. 머리는 불쑤세미같고 옷은 며칠은 고사하고 몇달동안 갈아입지 못한 더러운 모습을 했기에 누구도 그런 그녀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돋보였던것은 창백한 얼굴에 유난히 슬픈 눈동자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촛점이 없어보여도 뭔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눈이었다. 끊임없이 걷고 또 걷고 종일 그렇게 하루종일 동네를 수없이 돌았다. 그녀의 발뒤축은 벗겨졌고 피가 났다. 언젠가 아르바이트를 할때 그녀가 돌아다니는 골목이 잘 보이는 2층 창문에서 그녀를 보면서 하루를 시작했고 하루를 마감했었다. 그때 내가 그녀에게 붙인 별명은 '좀머씨 아줌마'였다. 어쩌다 하루라도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기도 했다.

당편이를 보면서 내내 그녀는 나와 함께했다. 지하철을 타면 옆에 앉아있는것 같았고, 서있으면 가만히 옆에서 나를 그 공허한 눈으로 쳐다보는것만 같았다. 어쩌다 한번 화려한 공단한복을 입는 그녀의 모습을 본적이 있어 더욱 당편이와 닮은 느낌이 들었다.

이사를 온 후로 그녀를 볼까 몇 번 그 동네를 간적은 있어도 그녀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내 맘속에 언제나 그녀가 그곳을 수없이 돌아 다니고 있을것 같다.

당편이는 맞아, 당편이는 어쩌면 전생에 황진이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수많은 사람을 울리고 애간장을 녹인 황진이의 환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모처럼만에 훈훈한 옛이야기를 할머니에게서 들은것 같아 좋았다. 다만 아쉬운점을 감히 지적한다면. '나'가 이야기 하는 구성을 이용해 애매하게 처리하는 부분이 몇 번 있었다는 점이다.. 소설속에 '나'가 독자에게 얘기하는 형식으로 애매한 부분, ~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는 들은 바 없다.라는 식으로 마무리 하는 점은 좀 아쉽게 생각한다.(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몰라도) 그리고 여성의 성에 대한 얘기인데. 당편이의 불완전한 성과 신체에(그것도 여성적인 부분) 너무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다.

처음 써 보는 서평이라 두서가 없다. 어쨌든 <아가>는 늘 있어왔던 이야기고, 늘 함께 있고, 또 언제나 함께할 이야기인것 같다. 작가 자신도 애정이 가는 소설인 만큼 많은 독자가 읽고 감동받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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