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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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소설에 집중을 못하게 만든 환경 탓이려니 했다. 나중엔 좀 멍해져서 어떨떨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금 확실한 것은 김영하가 변했다, 는 것이다.

스스로도 예전( 그의 빛나는 단편들과 첫 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쓸 당시 )와 달라졌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 작품으로 나는 그가 이제 기성 세대가 되었음을 여실히 느꼈다.

시점이 분산되어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서 읽기가 매우 불편했다.

작가가 다른 효과를 위해 포기한 부분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역효과를 본 것 같다.

게다가 소제목의 한 단락은 예전에 내가 쓴 글과 비슷해 놀랐다. 원본도 가지고 있지를 않아 

대조해 볼 순 없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던 것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실망이 크다. 책을 보았을 때 예쁜 표지에 설레였다가

곧 바로 찢어지는 불상사를 겪었던 일이 실망의 전초였던 것 같다. 

곧 재독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만회가 될런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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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킨트
배수아 지음 / 이가서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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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화못했음 '

적신호가 울린다. 뭔소리야? 하고 휙 내던질 수도 있는 일이지만, 독학자를 읽고서

"배수아씨는 내 스타일"이라고 단정지어 버린 전적이 있기에 쉽게 그럴 수 없었다.  

글을 읽어나가다 보면 여기저기 걸리는 곳이 많고 대화체는 어색하고

잡생각의 끊임없는 방해공작에 번번히 항복하게 된다. 심지어

이런 이야기로 200페이지 분량을 이어갈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하기까지 했다.

독학자에에 이어 배수아 작가의 소설은 두 번째 접하는 것이었다.

1인칭의 구어체 소설인, 이 동물원 킨트는 생경스러움의 연속이랄까 당황스럽고 어색했다.

이 세상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 부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 기독교도와 회교도 등으로 분리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만만한 자와 소심한 자로 나눌 수 있을 거야. 설사 부자거나 머리가 좋다고 해도 소심한 자들이 받는 고통을 자신만만한 자들은 전혀 모르지. 소심한 보도. 가엷은 보도.

그 와중에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 적어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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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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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나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마주쳤을 때는 사서볼까, 하고 서점에서 마주쳤을 때는 당장에 사보고 싶었던 다른 책을 우선으

로 했던 것이다. 결국 이렇게 한참 뒤에야 도서관에서 빌려온 지문사냥꾼.

겉표지는 사라지고 이미 손때가 많이 묻어있었지만 처음 봤을 때처럼 장정이 예쁜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그로테스크한 일러스트(개인적으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일러스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와 그러한 내용들은 읽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패닉이란 그룹의 분위기,

이적이란 사람에 익숙한 독자라면 모를까 그것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자의 후광효과를 많이 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적이란 가수는

어느 모로 보나 매력있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말을 해놓고 보니 이것도 취향의 문제다)

짤막한 스토리의 그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이사람, 많이 꼬였군' 하고 웃었다.

범상치 않았던 그의 노랫말들을 상기하면서,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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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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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폴 발레리의 시구처럼, 그는 운명을 잊고 있었지만 운명은 그를 잊지 않고 있었다.-200p쪽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284p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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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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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대녕. 내가 아는 그는 보수적이고 약간 나르시스트적인 면이 있으며 매우 마른 남자다. 하나 더하자면 여자도 좋아하는데 글 속에서만 보면 여자들이 그를 찾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매마른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나레이션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나른하고 무심한 점들은 언듯 하루키를 생각나게도 한다.

 이 책은 산문집이다. 소설에서보다 그가 더 드러난다고 할까. 작가 후기에도 나오지만 소설에서 못한 이야기들을 산문집 형태로 묶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별로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있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이 산문집의 글들은 소설 속의 그보다 솔직한 것 같다.  첫 번째 산문집이었던 '그녀에게 얘기해주고싶은 것들' 에서 처럼 여자들과 그의 이야기인 반면 시간이 흐른 탓인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미요한 차이인데,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의 글을 오랜기간 읽어 온 사람이 느낄 수있는 것이랄까. 그의 말대로 '어련하겠는가.'

이 책에서도 그의 필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역시 그는 문체에 있어 '경지'에 오른 사람인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 속에 유머와 통찰, 슬픔, 인연과 별리들이 스쳐간다. 이제 관록이 붙은 그의 세상을 보는 눈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산문의 장점이란 그런 푸근한 맛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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