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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명의 연인과 그 옆 사람
윤대녕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윤대녕. 내가 아는 그는 보수적이고 약간 나르시스트적인 면이 있으며 매우 마른 남자다. 하나 더하자면 여자도 좋아하는데 글 속에서만 보면 여자들이 그를 찾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매마른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나레이션을 듣고 있는 것 같다. 나른하고 무심한 점들은 언듯 하루키를 생각나게도 한다.
이 책은 산문집이다. 소설에서보다 그가 더 드러난다고 할까. 작가 후기에도 나오지만 소설에서 못한 이야기들을 산문집 형태로 묶어보자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자신을 별로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있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이 산문집의 글들은 소설 속의 그보다 솔직한 것 같다. 첫 번째 산문집이었던 '그녀에게 얘기해주고싶은 것들' 에서 처럼 여자들과 그의 이야기인 반면 시간이 흐른 탓인지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미요한 차이인데, 말로 잘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의 글을 오랜기간 읽어 온 사람이 느낄 수있는 것이랄까. 그의 말대로 '어련하겠는가.'
이 책에서도 그의 필력은 유감없이 발휘된다. 역시 그는 문체에 있어 '경지'에 오른 사람인 것이다. 그의 유려한 문체 속에 유머와 통찰, 슬픔, 인연과 별리들이 스쳐간다. 이제 관록이 붙은 그의 세상을 보는 눈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 간다. 산문의 장점이란 그런 푸근한 맛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