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유니버스 - 발생 가능한 사건은 왜 반드시 일어나는가?
브라이언 콕스 외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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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양자역학은 상식에 위배되고, 난해한 이론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두 저자 브라이언 콕스와 제프 포셔는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수식을 최소화 하며 독자들에게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들은 시계이론을 통해 양자역학의 내용들을 전개해 나간다. 이는 파인만의 접근법인데, 비교적 직관적으로 쉽게 양자역학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가장 먼저, 입자들은 어디에서든 발견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입자가 어떤 위치에서 발견될 확률을 시계로 표현하는데, 바늘 길이의 제곱이 바로 그 확률이고, 바늘은 작용량에 비례해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간다. 시계끼리 더할 때는 벡터의 합성을 하듯 더하고, 곱할 때는 각각의 확률을 곱해주면 된다. 이렇게 시계라는 도구를 약속하고 나면 양자역학의 세계를 마음껏 탐구할 수 있다. 이 책은 이 시계를 이용해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와 파울리의 베타원리를 유도하고, 반도체의 원리까지 설명해낸다. 그런데 여기서, 트랜지스터는 순전히 양자역학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트랜지스터는 현대 문명의 일등공신이다. 모든 컴퓨터에는 트랜지스터가 수없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컴퓨터에게 있어서 트랜지스터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즉 우리 주변의 수많은 전자기기들은 모두 수많은 트랜지스터를 통해 계산을 수행하므로 트랜지스터 없이는 현재 대부분의 기술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트랜지스터는 양자역학의 산물이다. 양자역학을 통해 고체 속에서 전하입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게 되었고, 이를 통해 트랜지스터라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자역학이 현대 문명을 이룩했다고 해서 양자역학의 목적이 트랜지스터 발명이고, IT사회의 도래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다. 양자역학이 등장한 배경은 기존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이중슬릿실험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고, 양자역학을 발전시킨 물리학자들의 목표는 기술적용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연을 더 아름답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었다. 심지어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1956년 노벨상을 받은 윌리엄 쇼클리도,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고 발전시킨 과정은 전자의 거동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자연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쌓기 위해서였다고 말한다.


 나는 이를 통해 어떤 분야에 응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 어디에 쓰일지 상상도 못했던 지식들이 시간이 지난 후에는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꼈다. 상대성 이론도 마찬가지였다. 아인슈타인은 순수하게 중력에 대해 탐구하고 그 현상과 원리를 알아낸 것이지만, 그중 중력에 의한 시간 팽창은 GPS라는 역시 훌륭한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즉 순수하게 자연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이후에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에서 나는 순수학문 연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순수과학을 하는 것은 마치 미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물론 순수과학의 목적은 기술 개발이 아니라 자연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지만, 자연을 더 잘 이해하면 미래에는 이를 바탕으로 인류에 큰 이익을 가져다줄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순수학문을 연구하는 연구자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 연구자들에 대한 투자와 지원도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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