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딱딱해지면서 빠르게 뛰고, 숨이 가빠지고, 수영장 바닥까지 가라앉을 때처럼 주위의 소음이 사라지더니, 귓속에서작게 종이 울리는 소리만 들렸다. 누군가 내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 무언가를 서둘러 알려주려는 것처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십초 내지 십오 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느닷없이 일어났다가,
정신을 차리자 이미 끝나버린 일이었다. 그리하여 그곳에 있었을 중요한 메시지는, 모든 꿈의 핵심들과 마찬가지로 미로 속으로 사라졌다.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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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죽음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지." 버드가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지극히 완만한 것이기도 해. 자네 머릿속에 떠오르는아름다운 프레이즈와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시에, 한없이 잡아 늘일 수도 있지. 동쪽 해안에서 서쪽 해안만큼 길게 -혹은 영원에 다다를 만큼 길게. 시간이란 관념은 그곳에서 사라지고 없어. 그런 의미로 보면, 나는 하루하루 살면서 죽어 있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실제로 맞는 진짜 죽음은 철저하게 무거워. 그전까지 존재했던 것이 갑자기 통째로 사라져버리지. 완전히 무無가 되어버려. 그리고 내 경우, 그 존재는 나 자신이었어."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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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의 느낌을 표현하는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

그렇게 피아노의 테마 연주가 끝나면, 마치 커튼 사이로 석양빛이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듯 버드의 알토 사운드가 남몰래찾아온다. 알아차렸을 때 그는 이미 그곳에 와 있다. 이음매없이 나긋나긋한 그 프레이즈는 흡사 당신의 꿈속에 숨어들어오는, 이름을 숨긴 아름다운 연모와도 같다. 이대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만큼 정묘한 풍문風敎을, 당신의 마음속모래언덕에 부드러운 상흔처럼 남기고 간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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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머리는 말일세, 어려운 걸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모르는걸 어떻게든 알아내라고 있는 거라고,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크림이 되거든, 나머지는 죄다 하찮고 시시할 뿐이지. 백발의 노인은 그렇게 말했다. 가을이 끝나가는 흐린 일요일 오후, 고베의산 위에서. 그때 나는 작고 빨간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지금도 여전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그 특별한 원에 대해, 혹은 하찮고 시시한 것에 대해, 그리고 또 내 안에 있을 특별한 크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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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는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나. 설명이안 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그렇지만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커다란 파도 밑을 빠져나갈 때처럼."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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