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라는 것이 검은 죽음과 흰 영원에 직면한 일종의 병리적 해부 작업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극단적인 대조는 갖가지 방식 - P207

인생은, 운명이 사람을 말 대신 잡고 두는 / 밤과 낮이 격자무늬를 이루는 체스판이다. /
이쪽으로 저쪽으로 움직여 잡고, 죽이고, /
하나씩 하나씩 상자로 돌려보낸다. - P208

놓쳐버린 시간과 기억의 고통, 죽음의 형상이 자기 자신의 삶에서 가지고 온 인용으로서 여기 추모함 속에 모아져있다. 추모란 인용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가 전혀 없지 않던가. 텍스트에 (또는 이미지에) 집어넣은 인용은 움베르토 에코가 썼듯이 다른 텍스트와 이미지 들에 대한 우리의 앎과더불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앎을 점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것은 다시금 시간을 요청한다. 우리는 그러한 시간을들임으로써 이야기된 시간과 문화적 시간 속으로 진입한다.
- P210

학술적인 글쓰기에서는 허용되지 않을 다소 주관적이고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발트는 자신이 다루는 작가들을 향한 흠모와연민의 마음을 숨기지 않으며, 그들과 관련된 자신의 개인사를 끄집어내고 그들과의 사적인 인연을 어떻게든 에세이의 중요한 주제로 격상시키려 한다. 이러한 서술 태도는 이책의 에세이들이 실은 제발트 자신에 대한 글이 아닌가, 그래서 우베 쉬테uwe Schütte가 명명했듯이 "작가 (자신의) 전기 Auto(r)biographie", 즉 작가 전기로 가장한 자전적 에세이가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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