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러의 산문이 모든 살아 있는 생명에게 무조건적으로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특히나 영원의 테두리를 더듬어 나아갈 때야말로 자신의 가장 기막힌 정점에도달한다는 사실이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난다. 한 문장, 한문장 우리 앞에 펼쳐지는 그의 산문의 아름다운 궤도를 따라 움직여본 사람은 그 산문이 어느 방향으로나 얼마나 그윽한 심연으로 떨어지는지, 또 어떻게 한낮의 햇살이 저 멀리 바깥에서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가려 흐릿해지다가 죽음의 암시와 더불어 사라지게 되는지 번번이 전율 속에서 느끼게 된다. - P128

그는 제아무리 철자나 문장을 아름답게배치한다고 해도, 제아무리 자신의 인물들에게 관대함을 베푼다고 해도 상심의 무게를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예감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궤적을 돌아보면서 이 모든 것이 삶이라 불릴 수없고 이런 식으로 계속될 수는 없다"고 느낀다. 그는 자신이 - P145

또다시 붙잡혀 들어간 정신의 새로운 감금에 대해 말하고,
어떻게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지만 그의 상황은아무런 출구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가 말하듯이, 때로는이제 그만 존재하고 싶다는 소망이 그의 마음속에서 점점더 또렷하게 출렁이는 것이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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