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의견인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종종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뒤바뀐다.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림자가 빛이 되고, 빛이 그림자가 된다. 양이 음이 되고, 음이 양이 된다. 그런 작용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본질인지 혹은 그저 시각적 착각인지는 내가 판단하기 버거운 문제다. 어쨌거나 그런 의미에서 F*는 그야말로 빛의 트릭스터였다.
고 할 수 있으리라.
- P154

그것들은 사사로운 내 인생에서 일어난 한 쌍의 작은 사건에지나지 않는다. 지금 와서 보면 약간 길을 돌아간 정도의 에피소드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해도 내 인생은 지금과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어느 날, 아마도멀고 긴 통로를 지나, 내가 있는 곳을 찾아온다. 그리고 내 마음을 신기할 정도로 강하게 뒤흔든다. 숲의 나뭇잎을 휘감아올리고, 억새밭을 한꺼번에 눕혀버리고, 집집의 문을 거세게 두드리고 지나가는 가을 끄트머리의 밤바람처럼.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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