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일정이 있는 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말이다. 설날 아침에 오빠네 집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간단한 식사를 하는 게 전부다. 작년 11월 올케언니가 골절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라 걱정이 많지만 얼굴을 뵈니 마음이 놓였다. 겨울이라서 얼마나 다행인가. 평소처럼 그렇게 명절을 보내면 될 것 같다.
친구와 가까운 이에게 짧은 인사를 전하고 통화를 했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반갑고 정겨웠다. 뭐가 그리 바쁘고 대단한 일을 하는지 목소리를 나누는 게 어렵다. 그래서 더 귀하게 다가온다. 무고하고 무탈하길 바라지만 어떤 일들은 일어나고 어떤 일상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무언가에 휩쓸리지 않고 단단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보냈다.
이번 설에는 쿠키 선물이 많다. 커피와 곁들이면 좋을 다양한 수제 쿠키다.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하나씩 꺼내 먹으면 될 것이다. 연휴에 뭔가 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아마도 먹다가 보다가 자다가 먹다가를 반복할 게 뻔하다. 그래도 알라딘이 적립금으로 유혹해서 제일 좋아하는 커피를 샀다. 주문하고 나니 알라딘이 커피 할인 쿠폰을 줬다. 타이밍이 아쉽다. 새로운 커피를 주문할지도 모르겠다. 책도 한 권 샀다. 『나만 아는 단어』란 제목에 끌려서. 정용준, 김화진의 소설을 읽었기에 그들이 선택한 주머니, 유령, 산책이란 단어가 내게 아는 척을 하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커피를 쟁여둔다. 곁에 두기만 해도 향이 좋아서 자꾸만 생각난다. 좋아하는 것들을 쟁여두면 나쁜 것들이 사라질 것 같다. 무엇이 나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런 기꺼운 마음을 쟁여두면 좋겠다. 쟁여두는 마음, 쟁여두는 안부, 쟁여두는 안녕.
기척도 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오고 봄이 가까이 있다는 걸 느낀다. 옷차림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잠깐이라도 집 밖을 나갈 때면 마스크를 챙긴다. 누군가 꽃이 피는 소리를 알려줄 것이다. 여기저기서 그런 소식이 날아들 순간이 곧 들이닥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