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한 작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배송 중이니 아마도 오늘 중으로 작약을 만날 것이다. 작약 보다 먼저 도착한 책이다. 연두와 초록, 봄기운을 가득 담았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기다렸을 한강 작가의 에세이 『빛과 실』, 1쇄를 기대하지 않았기에 1쇄가 아니라서 서운하지 않다. 얇고 작은 책이다.
어쩌다 보니 이번에 주문한 책들은 모두 그러하다. 표지에 반해서 냉큼 주문한 박세미의 『식물 스케일』은 제일 작고 얇다. 아, 『소설 보다 : 봄 2025』도 표지가 한몫했다. 성해나의 단편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표지에 딸기가 없었더라면 조금 주저했을 것이다. 책을 사는 이유도 다양하다. 아무튼 세 권의 책은 모두 표지가 마음에 든다.

오랜만에 책의 첫 문장을 옮겨본다. 에세이의 경우, 짧은 글 가운데 첫 문장은 작가가 책을 통해 처음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문장일까 싶다가 아무래도 편집자의 선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박세미의 책에는 ‘들어가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부분을 처음이라 여기고 싶지 않다. 소설은 정말 처음 말하고 싶은 문장이겠다. 그냥 내 짐작이다. 『소설 보다 : 봄 2025』의 첫 문장은 성해나의 단편 「스무드」 의 첫 문장이다.
발 없는 식물이 인간의 손에 들려 집 안에 들어와 살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 『식물 스케일』)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 ( 『빛과 실』
제프의 방한은 이번이 세 번 째였고 나는 처음이었다. (「스무드」)
각기 다른 작가의 문장을 하나로 이어 읽거나 순서를 바꾸면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문장들이 이어가는 재미, 독서모임을 한다면 이렇게 읽어봐도 좋겠다. 책 하나로 뭐든 할 수 있으니 참 좋구나.
세 권의 책이 단짝친구 같다. 책이 서로에게 인사를 한다. 안녕, 잘 지냈어? 환한 봄이야!
책과 함께 작약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