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처방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도대체 어떤 병원에서 고양이를 처방해 준다는 건지. 소설을 읽기 전부터 판타지 소설이구나 싶으면서도 나도 고양이를 처방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온 이시다 쇼의 『고양이를 처방해 드립니다 2』에서는 네 가지 사연이 등장한다. 그러니까 네 명의 환자에게 고양이가 처방된 것이다. 모든 판타지가 그렇듯 고양이를 처방해 주는 ‘고코로 병원’은 쉽게 찾을 수 없다. 어떤 이는 우연한 방문으로 어떤 이는 지인의 소개로 그곳을 찾는다.
대학생 ‘모에’는 엉겁결에 병원을 방문했다. 울적한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는데 높은 곳에서 자신을 부르는 이가 위험해 보여 그곳에 가게 된다. 정신과 상담을 받으려고 한 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말해버린다. 의사 ‘니케’는 아무런 설명 없이 고양이를 처방하겠다며 고양이 한 마리와 설명서를 지급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사람에게 고양이라니. 일주일 동안 잘 지낼 수 있을까.
어쨌든 고양이를 데리고 온 모에는 고양이를 살핀다. 할 말이 있다며 찾아온 애인도 고양이를 보자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나눌 뿐 할 말은 나중으로 미룬다. 애인이 헤어지자고 말할 거라 짐작한 모에는 마음이 한 결 놓인다. 우선은 고양이가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니까.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 레오나에게 사정을 말하고 고양이에 대해 몰랐던 것을 듣는다. 일주일 후 모에는 병원에서 다른 고양이를 지급받는다. 이번 고양이는 지난번 고양이와는 다르게 장난꾸러기였다. 그리고 한 마리가 더 처방되었다. 고양이를 돌보면서 모에는 애인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애인이 할 말은 헤어지자는 게 아니라 다른 곳으로 전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떨어져서 자주 못 보는 게 걱정이라고. 모에는 세 마리의 고양이를 통해 고양이마다 원하는 게 다르게 관계를 맺는 방법도 다르다는 걸 배운다. 애인과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는 걸 말이다.
아내가 떠나고 일상의 의욕을 잃은 노인 ‘다쓰야’는 며느리의 소개로 병원을 찾는다. 방에서만 지내는 손자에 자신까지 걱정을 더하면 안 되기에. 다쓰야에게 처방된 고양이는 특대형 고양이였다. 모에처럼 일주일을 지내는 게 아니라 툭하고 다쓰야에게 묵직하게 안겼다. 고양이를 안은 채 니케 의사와 대화를 나누다 생각한다. 손자에게 고양이처럼 작은 빛으로도 걸을 수 있는 강인함이 있는지에 대해서. 손자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다쓰야는 밤 산책을 하다 손자가 야간 학교에 다니는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걸 좋아한다는 것도.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227/pimg_7630901654545583.jpg)
오빠가 우선인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레오나’는 삼수를 하는 친구를 따라 병원에 가게 된다. 그러다 엄마가 싫다는 말을 해버린다. 그런 레오나에게 아기 고양이가 처방된다. 집에 14년을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 ‘하지메’가 있는데 말이다.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하지메를 보면서 레오나는 엄마에 대한 갈등과 유기묘 보호 센터에서 일하는 오빠와의 관계를 생각한다. 속으로 쌓아두었던 감정을 풀어낸다.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은 손님은 레오나의 오빠 ‘도모야’다. 지친 것 같다며 동료가 소개해 준 것이다. 직장에서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그에게 역시나 고양이가 처방된다. 그러나 정작 병원에는 고양이가 없고 의사는 집에 있는 고양이를 챙기라고 한다.
“고양이를 처방하겠습니다. 힘들 때는 참지 말고 고양이에게 의지하는 게 좋습니다. 참아서 좋은 일은 하나도 없죠. 기대든 쓰다듬든 좋을 대로 하십시오. 그래 봐야 고양이 마음이 인간 마음대로 되지는 않지만요.” (260쪽)
도모야의 고양이는 1년 동안 눈을 감고 잠만 잔다. 그래서 걱정이다. 떠나보낼 때가 가까이 온 것 같아 두렵다. 직장에서 유기묘 보호 센터에서 고양이를 돌보며 입양 관련 일을 하지만 정작 자신의 고양이는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 도모야의 마음을 아는지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고양이는 말이죠, 당신의 생각 이상으로 강인합니다. 고양이가 눈을 감고 자고 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설사 그때가 혼자라고 해도 고양이는 즐거운 꿈을 꾸면서 떠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고 있습니다. 여하튼 고양이는 모든 고민을 낫게 해주니까요.” (308쪽)
모든 고민을 낫게 해주는 고양이는 없겠지만 처방받은 고양이를 상상한다. 내 곁에 새롭게 등장한 작은 고양이, 혹은 거기 있던 고양이. 소설에 등장한 고양이는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신비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고양이를 돌보면서 고양이를 살피고 행동을 관찰하면서 자신의 마음과 가족이나 연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유쾌하고 다정한 소설이다.
집사는 아니지만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책은 관심이 많다. 19년의 묘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난 고양이 ‘후타’가 사람들이 만나고 싶은 사람을 찾는 이야기 『퐁 카페의 마음 배달 고양이』, ‘미쿠지’란 이름의 고양이가 우연하게 신사를 찾은 이들에게 고양이가 건네는 말씀을 들려주는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신비한 존재다. 그들은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로하고 어려움에 빠진 이들에게 용기를 준다. 물론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아도 고양이는 그 존재로 기쁨이며 사랑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처음 고양이를 만나게 된 이용한의 『명랑하라 고양이』 속 고양이는 남다르다 시인이 만난 다양한 사연을 지닌 길 고양이.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책을 볼 때마다 오빠네 집 고양이를 떠올린다. 집에 갈 때마다 달라지는 고양이들. 사라진 고양이도 있고 귀여운 아이 고양이도 있다. 가만히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고양이가 좋아서, 고양이가 고맙다.
![](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06/84/cover150/k062035077_1.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34968/63/cover150/k032934567_1.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99/92/cover150/k432930827_1.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25493/83/cover150/8954445306_2.jpg)
![](https://image.aladin.co.kr/product/863/75/cover150/893783314x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