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에 올렸더라면 분위기 잘 타는 제목의 페이퍼였을텐데..
그래도 아직 1월이 다 간 건 아니니까..그냥 기록해본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에 읽었던 책 중 참 좋았던 책은 이거랍니다!라는 페이퍼를 많이 볼 수 없어 좀 의아하기도 했구요.)
(작년 12월 연말부터 시작해 띄엄띄엄이긴 했으나 줄곧 동생네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많았던 탓에 1월 첫달이 다 지나가려 하는 지금까지도 박살이 나버린 루틴으로 인해 정신 못차리고 있는 인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었던지라 페이퍼 작성이 많이 늦어버린 것도 있지만…
내가 작년에 어떤 각오로? 읽었던 책이었는데 이걸 자랑도 못하고 그냥 넘긴단 말인가….그래서 좀 아쉽기도 했구요.)
내가 읽은 책 중 좋았던 책들을 추슬러보다 보니 뭐랄까…
혼자 너무 재밌었고, 혼자 너무 감동받았고, 혼자 너무 놀라기도 했었고, 혼자 너무 심각하기도 했었어서…이게 다 너무 나 혼자만 좋았던 책이었을까? 물음표가 계속 맴돌아 페이퍼를 쓸까, 말까 망설인 탓도 좀 있었고…
늘 마음이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 하다 보니 나의 최애책이라고 딱 지정하는 그런 걸 못하기도 하고…
사실 책만 그런 것도 아니지만ㅜ.ㅜ
(그래서 좋았던 책 몇 권만 고르는데 엄청 고민스러워 식겁했다는 말입니다.)
암튼 딱 10권만 고를까? 작가별로 고를까? 거두절미 그냥 딱 5권만 해?….선정하는데도 눈에 밟히는 책들이 참 많았어서..
눈 딱 감고 짧게 가기로 했다.(작게나마 딱 10권!)
작년에 읽었던 책들은 100권은 넘겨서 좀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해마다 100권은 읽어봐야지! 대충의 목표는 있지만 넘길 때도 있고 100권을 못 채우는 해도 있어 아쉬운 마음도 종종 들었는데 25년은 100권을 가뿐하게 넘겨 일단 기분은 좋았다.
아마도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 구독덕분에 산책을 하거나 뜨개를 할 때 귀로 들었던 책들이 포함이 되어 숫자가 더 늘었을 수도 있다.
암튼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좋았던 책들은 대부분 소설에 해당되었다. 특히나 한국소설을 부러 많이 찾아 읽었던 해였기에 아무래도 한국소설이 눈에 많이 밟혔다.
읽었던 순서 목차를 찬찬히 훑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기억과 감동이 되살아나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던 순서대로 기록해보자면…
백수린 작가의 <봄밤의 모든 것>
마침 작년 늦은 봄에 읽었던 것 같다. 아닌가? 초여름에 읽었던가? 계절이 뭐가 중요하겠느냐만 작가의 문체는 봄밤의 차가운 바람이 훅 스쳐 닭살이 오소소 돋아난 자리에 뭔가 따뜻한 봄기운의 바람이 다시 불어 찬기운을 가시게 해주는 느낌이랄까.
앞서 읽었던 소설보다 분명 더 성숙한 느낌을 갖게 해 준 소설집이었다. 백수린이란 작가의 책을 꽂아둔 책장을 보면 나는 그냥 해사하게 웃을 수 있다. 나에겐 그런 작가이므로.
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3권을 읽었다.
<침이 고인다>, <비행운>, <안녕이라 그랬어>
앞의 두 권은 사다놓고 한참을 묵혔다가 이제사 읽었는데 읽다보니 뭐랄까. 작가의 20대, 30대, 40대의 문체가 변화하는 게 느껴져 재미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넓어져가고 있는데 그 시선 끝이 우리가 애써 고개를 돌리고 싶을 때 바라보라고 집요하게 고개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성장해가는 기분도 들었다.
그래도 세 권 중 고르라면 내가 가장 좋았던 책은 <비행운>이다. <안녕이라 그랬어>도 분명 좋았는데 <비행운>에서 느꼈던 놀라움이 더 컸던지라…
김보영 작가의 소설도 제법 읽었더랬다. 완전 푹 빠져 읽었더랬지…이승과 저승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삶과 죽음, 환경, 로봇, 게임등 주제가 참 다양하던데 그 모든 것들의 기본 밑바닥엔 사랑이 깔려 있는 듯 했다. SF소설 읽기가 내겐 쉽지 않은 영역인데 그래도 자꾸 읽고 싶게 만드는 그 힘이 뭘까? 생각해보면 결국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나. 싶더라…특히나 SF 여성작가들의 소설에서 그런 부분을 많이 느끼게 되었는데 그래서 자꾸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찜해놓은 작가들도 수두룩해졌고…
암튼 김보영 작가의 소설은 많이 읽었던 탓에 한 권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한 권을 고르라면 최근에 나온 소설집인 <고래눈이 내리다>가 될 것 같다.
이 책에서도 죽음에 관한 주제의 단편들이 몇 개 있는데 개인적으로 김보영 작가가 다루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꽤나 마음에 든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었지만 작가의 소설들로 인해 이젠 죽음이란 것에 관하여 많은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조해진 작가와 최은미 작가도 빼놓을 수 없겠다.
조해진 작가는 내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늘 김혜진 작가와 혼동을 하곤 했다. 그래서 헛갈리지 않으려고 김혜진 작가의 소설을 먼저 읽었었다. 몇 권을 읽고 머리에 새긴 후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읽으리라. 나름 계산에 넣었는데 아둔한 탓에 조해진 작가의 소설을 이제서야 읽었더랬다.
세 권정도 읽었나? 몇 권 읽지 않았건만, 이젠 조해진 작가도 머릿속에 파바박 입력되어 절대 혼동하지 않게 되었다.
특히나 <빛의 호위>가 너무 좋았어서 올해 처음 읽은 책도 <빛과 멜로디>를 부러 찾아 읽었다. 너무 좋았다.
이렇게 여리여리 섬세한 문장으로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랄까…내겐 아직 읽어야 할 조해진 작가의 소설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숙제가 아닌 즐거움을 주는 행위로 이완시켜주는 작가다.
최은미 작가의 소설도 사다 놓기만 하고선 작년에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와! 뭐야! 놀라움의 연속이었달까.
<눈으로 만든 사람>소설집은 놀라움 속에 쓰라린 아픔과 슬픔이 줄곧 잊혀지지 않는 좋은 소설집이었다.
그리고 작년 김승옥문학상 대상까지 받았길래 이내 바로 주문해서 읽어보았다. 수록된 작품들이 다 좋았지만 역시 최은미 작가의 작품이 줄곧 기억에 남는다.
요즘 소설 잘 쓰는 작가들 너무 많아 독자로선 즐겁다.
몇몇 한국소설 작가들 이름이 몇 명 더 떠오르지만 짧게?(이만큼도 길어버렸..ㅜ.ㅜ) 기록하기로 결심했으니 일단 여기서 패쓰.
외국소설도 종종 읽었더랬는데…그 중에서 고를까, 말까, 고민하다 그래 몇 권만 골라보자.
자우메 카브레의 <겨울 여행>.
선물받은 책이었는데 자우메 카브레란 작가도 있었어? 하면서 읽다가 음.. 아니?…
예전에 <나는 고백한다>시리즈의 그 작가인 거에요. <나는 고백한다>를 마지막 3권을 아직 완독하지 못해 작가 이름을 못 외운 것인가? 요즘은 책의 주인공 이름 못 외우는 건 예사이고 작가 이름이랑 책의 제목도 자꾸 헷갈리고 안 외워지더란 말씀이지. 근데 나 말고도 똑같은 알라디너가 계셨었어.ㅋㅋㅋㅋ
아, 이 책은 이런 얘기로 길게 쓸 책이 아닌데…
암튼 작가의 장편도 어마무시하지만 단편도 장난 아니더란..(앗, 왜 감상문 내용이 점점 이상한 말 대잔치가 되어가는가, 집중력과 에너지가 고갈되었…)
완독하고 나서의 기쁨이 지금도 차오르는 책이다.
셀레스트 잉의 <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이 작가의 이름도 기억이 안 나서 잠깐 찾아보고 왔다.
아, 나의 아둔한 기억력이여!
이 책도 선물받아 읽은 책이었는데 그분의 좋아하는 작가라는 소개를 듣고서…왜 좋아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찾기에 급급하며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암튼 차별에 맞선 미래의 이야기가 현실과 비슷한 면들이 많아 가슴 아파하며 읽었었는데 제목을 보니 그 느낌이 또 되살아난 책이다.
소설 아닌 비소설도 몇 권 고르자면
마리 루티의 <가치있는 삶>이 참 좋았다.
마침 책을 집어들었던 시기가 나름 개인적으로 좀 고통의 나날이었던지라 제목처럼 가치있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조언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는데 어라! 고통이 없는 삶은 행복한 삶이 아니란다. 오히려 인생 곳곳에 고통의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이것을 지혜롭게 잘 넘기는 순간들이 깃든 삶이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이란 말에 아, 그럼 나 지금 가치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란 것인가? 심쿵!
완독하고 나 좀 다시 즐거워졌던 것 같다.
귀 얇은 나같은 독자들에게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재독해야겠단 생각도 했던 책이었다.(하지만 언제?)
이수지 작가의 <만질 수 있는 생각>
<파도야 놀자>,<여름이 온다> 그림책으로 유명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작가의 어린시절부터의 자전적인 이야기 속에서 그림책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여정이 담겨 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과 작가이기 이전에 두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정체성의 고민들도 담겨 있어 ‘일 하는 엄마 작가‘를 생각한 순간 구병모 작가의 <네 이웃의 식탁>이란 소설 속 그림 삽화를 그리며 아기 돌봄까지 병행하며 힘들어 하던 주인공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수지 작가는 지혜롭게 힘겨운 순간들을 용감하게 잘 헤쳐나간 듯 했다. 나름의 고충들이 있었겠지만 가히 존경스럽다.
그리고 책 속에 그림책들이 한 권 한 권 만들어지는 과정들도 엿볼 수 있어 읽다 보면 귀한 에세이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랬는지 읽으면서 혼자 막 즐거웠고 혼자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근데 작가의 다른 그림책들을 찾다 보니 내가 우리 아이들 어릴 때 읽혀주었던 책들이 보여 혼자 또 놀랐다.
<열려라 문>,<그림자는 내 친구>,<귀머거리 너구리와 백석 동화나라> 이 세 권은 읽어주었던 기억이 또렷이 난다.
그때 그 작가가 이렇게 걸출한 작가가 되셨다니!
앞으로도 그림책 작가들도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26년이 시작된지도 한참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좋은 책들 많이 만났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