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레스가 이십대였던 어느 날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어느 시인이 화분에 담배를 눌러 끄며 말했다. "넌 껍질이 없는 사람 같아." 시인이 그딴 소리를 했다. 대중 앞에서 자기 살가죽을 뒤집어 까는 게 직업인 사람이, 그가, 키가 크고 젊고 희망이 가득한 아서 레스가 껍질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넌 에지를 키워야 돼." 예전에는 오랜 라이벌 카를로스가 계속해서 그 말을 해댔지만 레스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못되게 굴라는 건가? 아니, 그 말은 보호책을 갖추라는, 세상에 맞서는 갑옷을 입으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사람이 에지를 ‘키울‘ 수가 있나? 유머감각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듯이 말이다. (중략)
뭐든 간에 레스는 전혀 배우지 못했다. 그가 사십대쯤에 해낼 수 있었던 일은 껍질이 무른 게의 투명한 등딱지와 비슷한 자기 감각을 어느 정도 길러내는 것 뿐이었다. -12쪽
뜨뜻미지근한 평론이나 무심한 모욕은 더 이상 그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지만 실연은, 진짜 진정한 실연은 그의 얇은 가죽을 뚫고 예전과 똑같은 색조의 피를 낼 수 있었다. 아주 많은 것들- 철학, 급진주의, 기타 여러 패스트푸드 -이 지겨워지는 중년에 실연만은 어쩌면 그다지도 계속 따끔할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레스가 계속 실연의 새로운 원천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바보 같은 어린 시절의 두려움도 그가 회피했을 뿐 사라진 건 아니었다 -12~13쪽
그들이, 그들 중 여러 명이 괜찮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사랑에 빠져봤다면 ‘괜찮은‘ 사람과는 살 수 없다. 그건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하다.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