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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의 다락방
  • 인 더 메가처치
  • 아사이 료
  • 17,820원 (10%990)
  • 2026-07-24
  • : 12,46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사이 료는 <정욕>으로 처음 만났다. 도발적인 제목, 제목 만큼이나 욕망의 다양성에 대한 작가의 지나치게 관용적인 시선으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기도 했던 소설이다. 비범할 정도로 잘 쓴 이야기이긴 했지만, 작가의 가치관에 전적으로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나오키상을 받은 <누구>는 취업 준비 대학생들의 SNS를 통한 내밀한 심리 싸움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가차 없이 그려낸 작품으로 역시 이 작가의 필력 하나만큼은 인정해야겠다 싶었다. <인 더 메가처치>는 2026년 일본 서점대상 1위를 한 작품이라고 해서 번역을 기다렸다. 가독성 좋은 단문으로 쓰인 소설인데도 휘리릭 한 자리에서 읽을 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며칠에 걸쳐 되도록 천천히 읽으려 속도를 조절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수많은 질문들이 몰아쳤다. 의심 없이,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에 오랜만에 묵직한 감동도 느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아이돌 팬덤 문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십 대 후반의 음반 회사 재무회계팀에 근무하는 이혼남 구보타, 구보타의 딸로 유학 준비 중인 대학생 스미카, 최저 시급 파견직으로 그날그날의 고단한 노동으로 미래의 희망까지 저당잡힌 30대 여성 아야코의 세 사람 시점의 이야기가 교대로 진행된다. 


회사에서도 재무회계 한직에서 별 볼 일 없던 취급을 받던 구보타는 어느날 잘 나가는 프로듀서 동기의 제안으로 오디션 출신 아이돌 그룹의 특별홍보 업무를 맡게 되며 격랑에 휘말리게 된다. 그에게 떨어진 요구는 바로 '서사'다. 나날의 전투 같은 희망 없는 삶에 지친 이들을 이 '서사'로 끌어들여 쓸모 없는 구즈를 사게 하고, 팬미팅 티켓을 사게 하고, 듣지도 않을 수백장의 CD를 사게 하는 과정은 미국의 메가 처치에서 신도를 유인하기 동원하는 전략과도 닮았다. 


"신이 없는 이 세상에서 사람을 조종하려면 '서사'를 이용하는 게 가장 좋아요."


구보타가 홍보 전략을 짜게 된 팀은 공교롭게도 방황하던 딸 스미카의 덕질 상대가 된다. 아버지가 유학 준비를 한다고 믿고 지원해 준 용돈은 그 아버지가 속한 팀이 소위 팬덤에서 돈을 뽑아내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설계한 루프로 빨려들어간다. 그러나 아사이 료의 서사는 물론 이 한 겹이 아니다. 그래서 그 둘은 파멸했는가? 불행해졌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의 흔들림에 이 이야기의 정수가 있다. 


구보타는 홍보를 맡았던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와의 거리 조절에 실패한다. 그와 사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그가 권하는 화장품도 산다. 연락이 되지 않자 그의 숙소로 먹을 것을 사들고 무작정 돌진하기도 한다.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은 40대의 중년 남성에게는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모습이 아니다. 그러나, 구보타는 바로 그 과정에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잠시 잠깐 되찾는다. 사람 간에 경계를 허물고 소통하는 것, 내 약한 모습을 노출하는 것, 사회에서 그 연령대에 기대되는 굳어버린 선입견을 부수는 것. 그건 딸 스미카도 마찬가지다. 항상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고 친구들의 비위를 거슬릴까 전전긍긍했던 그녀는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 팬클럽 활동을 하며 연대하며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만끽한다. 분명 다시 한직으로 밀려난 아버지와 유학 준비도 어그러진 딸은 겉으로만 보면 추락한 것인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반전은 작가가 독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중층적인 메시지의 숙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추락한 사람은 다름 아닌 아야코다. 좋아했던 배우가 자살한 후 함께 뭉치게 된 사람들과 함께 결국 사기꾼에게 걸려 돈을 날리고 이 모든 팬덤 문화가 결국 진짜를 보게 하지 못하게 하려는 거대 세력의 음모라는 믿음으로 가두 연설까지 하며 웃음거리가 되는 모습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오늘날의 청춘들이 때로 얼마나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시 같아 안타깝다. 


우리가 좋다고 옳다고 상식이라고 믿는 것들을 붙들고 그 편견 안에 가둔 세상은 얼마나 빈약한가. 그 틀을 깨고 나가고 직면해야 하는 우리 인간의 민낯은 때로 불편하지만, 그것을 직시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읽는 일은 때로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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