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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지허 스님 지음 / 여시아문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TO. 정희
나를 유쾌하고도 가슴아프게 만드는 책 한권을 발견했다. 담백한 필치와 군더더기 없는 글. 너무나 인간적이어서 가슴시린 책을 이야기하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김정훈 카톨릭 수사의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를 꼽았었다. 그리고, 오늘 난 여기에 덧붙일 한권의 책을 접한 것이다. 지허 스님의 <선방일기>. 둘다 일기 형식으로 씌여져있고, 종교적 길을 가고 있으며,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뇌와 열망이 보통사람의 시각으로 적혀있다. 밤에 쓴 글이라서 그런지 몇몇구절은 가슴이 시리다못해 하얗게 바래진 느낌이다.
산을 무척 좋아했던 김정훈 수사는 산에서 죽었다. 부조리한 인간이 조화된 인간으로 변하길 열망하며 자신을 고행속으로 무섭게 몰아부치던 지허스님은 이 글을 쓴후 자신의 족적을 남기지 않았다.
- 고행자는 모름지기 고독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것. 그 자체만도 벅찬 일이기 때문이다. 고독할수록 자기 자신에게 충실할수 있기 때문이다. 이백은 '월하독작'에서 고독을 노래했다.
' 꽃이 만발한 숲속에 한동이 술이로다. 그러나 친구가 없어 홀로 마실 수밖에. 잔을 들어 돋아오르는 달을 맞이하고 그림자를 대하니 세사람이 되었구나. 달은 본디 술을 못하고 그림자는 부질없이 나를 따라 움직일 뿐이로구나.'
니체는 탄식했다.
'언제나 나는 나의 입이 노래하면 나의 귀가 들을 뿐이로다.'
이 얼마나 잔혹하리 만큼 절절하게 표현한 고독의 극치인가. 고독속에서 고독을 먹고 고독을 노래하면서도 끝내 고독만은 낳지 않으려는 의지가 바로 선 객의 의지이다. -
무엇이 그들을 그 무서운 고행과 고독속으로 몰아넣었을까? 책의 잔향이 무섭도록 나를 고독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