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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세트 - 전12권 (반양장)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아리랑을 읽었을 때는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걸쭉한 욕 섞인 전라도 사투리에 눈이 갔고, 등장인물은 좋은(독립운동/지원가들) 사람과 나쁜(친일) 놈으로 쉽게 나누어 봤었다.
좋은 사람/나쁜 놈 프레임이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이를 먹으며 개인의 무력함을 느끼고 나서 다시 읽으려니,
약한 사람이 악해지기는 참 쉽다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오랜 고난에도 뜻을 잃지 않고 독립운동을 한 사람들은 더욱 높아 보이기도 했다.
노병갑이 일본군으로 넘어갈 때의 모습이나,
절망적인 상황의 김장섭(맞나?)이 전향하러 가게 되는 모습,
대의를 외치지만 그 대의는 멀리 있고 상황이 절망적일 때
그대로 죽는 선택을 누가 쉽게 할 수 있을까.
정당화 논리로 쓰고 싶지는 않고, 인간이 그렇게 약하기 때문에 또 반대의 사람들은 귀한 존재가 된다.
홍명준처럼 처음에는 자신이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의 형량을 줄여주는 역하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그 뜻을 실천해나가다 종국에는 기득권을 즐기는 인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반면에 박용화는 어려운 집안 사정 속에서 출세하겠다는 일념으로 사범학교를 나오고, 다시 법학부생이 되어 판검사가 되려고 했으나, 학병으로 끌려가고 위안부를 만나는 것으로 인식 변화 시점이 생긴다.
초반의 신세호는 반상을 가르는 의식이 뚜렷하고 임금을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직된 유생의 모습이었지만, 서당을 하다 일본에게 탄압을 받고 나서는 의식이 더욱 깨인 모습을 보인다. 물론 개인의 한계는 있다. (차득보를 사위로는 인정하지 못한다.)
이런저런 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더 들어오는 아리랑 다시 읽기였다.
나이가 더 들면 또 어떻게 달리 읽힐지 모르겠다.
10년, 20년 후에도 또 읽고 생각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