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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이란 무엇인가 - 현직 연금술사가 들려주는 빛과 깨달음의 여정
파트릭 뷔렌스테나스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신세계사 / 2019년 10월
평점 :
읽은 책 중 가장 흥미롭다.
리뷰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만만치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돌멩이 한 알에서부터 시작하여 금(현자의 돌)을 얻고자 하는, 오랜 세월의 기이(?)하고 기나긴 고난의 노력으로 점철된, 궁극의 대업을 이루기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는 책으로, 금속의 속성과 연금술의 원리는 물론, 안으로는 인간의 감정의 구조와 밤에 꾸는 꿈의 원리 등을, 밖으로는 현존하는 세상과 우주를, 급기야는 사후의 세계와 저 세상까지 넘나드는 방대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21세기에 연금술사라니? 그런 것이 지금도 있을까?"
머리말에 적힌 그대로 똑같이 되물으며 첫 장을 남겼다. 저자는 스스로 연금술사라고 하며 알고 싶다면 순수한 호기심과 열린 눈, 귀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매사를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에게 '변별력과 객관성은 잃지말라'고 꼬득인다.
<연금술이란>
*연금술이란 다양한 문명에서 수천 년 동안 실행되어 온 하나의 예술이다. p27.
*물질은 정신과 결합되어 있고,정신에 가한 작용이 물질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p57.
(그래서 돌멩이가 금이 된다고?)
*변성은 변화와 다르다.그 본성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변성은 우주,아니 우리 일상에도 존재한다.p77~78.
(저자는 '변성'을 말하며 가능하다고 한다)
<여정의 시작>
고철상을 하는 아버지를 둔 저자는 어릴 때부터 쇠붙이를 가지고 놀며 자연스레 연금술사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불 다스리기'부터 수많은 실험과 실전 경험으로 점철된 긴 고난의 여정을 지나 마침내 현자의 돌을 얻게 되고,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 과정들의 생생한 모습이 독자앞에 풍요롭고 흥미롭게 그려진다.
책의 중반을 지나면서부터는 결과물을 얻고 난 후의 자신의 변화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보통 사람은 경험하기 어려운 그부분이 그렇기때문에 오히려 흥미롭다.
'과연?'에서 '정말?'로, 이내 '아마도'나 '그럴 수 있지'로 옮겨가며 그 개연성은 점차 증폭된다.
그리고 곳곳에서 인간의 감정이나 삶에 대한 연금술 적 해석이나 철학을 접할 수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실험이론이나 화학현상 등의 기본 지식이 주는 딱딱함은 상쇄되기도 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돌멩이(제1 물질)를 구하러 떠난 순례길의 부분에서는 연금술을 모르고 살아 온 우리도 종종 그 철학에 공감한다.
*행여 필요할지 몰라 바리바리 싼 무거운 배낭...내가 짊어 질 배낭의 무게는 곧 두려움의 무게다. p57.
*이 순례에서 나를 겸허한 실습자로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순례가 가져다주는 지혜는 쭉 걷는 것만이 아닌, 가던 길에서 멈춰 설 줄 아는 것이기도 하니까.p59.
*이 여행은 전체 여정의 절반이다.당장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내, 내려놓기, 바라보기, 듣기 등을 배웠으며, 시간에 개의치 않으면서 시간을 만끽하고, 침묵하며 자연에 귀 기울이고, 고독을 감수하고, 고통을 이겨내며, 이전의 모습을 훌훌 벗어버렸다.p65.
저자는 연금술을 우주의 원리로, 우주를 연금술의 원리로 자유롭게 드나든다.
*연금술은 겸허함의 교훈이다...모든 종류의 입문은 에고를 상실하는 길로 이끈다.p61.
*우주에 대한 신뢰도 마찬가지다. 올 것은 온다. 우리를 빛으로 인도하는데 필요한 것은 '순수한 기대'이다. 순수한 기대란 다가오는 것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는 동시에 기다리지 않는 태도다...아무 것도 기다리지 않으면 모든 것을 발견하게 된다. 반면 무언가를 기다리면 기다리는 그것만 발견하게 된다.p81,82
<깨달음>
지혜의 돌을 얻고 난 후 저자는 뿌리째 흔들리며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전반부에서는 예술로서의 연금술이라 한 만큼 물질의 언어나 영혼, 상징 등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는데 이 장을 들어서면서부터는 저자가 독자로부터 다짐받던 객관성이나 변별력이 살짝 흔들릴 수도 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육신은 영혼이 한동안 빌려 타는 일종의 교통수단이며 우리 영혼은 이번 생 이전에도 존재했고 이 육신의 사망 이후에도 계속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p118
*죽음과 더불어 욕심이 사라졌다해도, 그 영혼이 자신의 여정을 끝마친게 아니라는 사실을...요동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는 수많은 삶의 여정이 필요하다.p149
(이쯤에서는 막연하게 전생이니 윤회니 종교나 미신의 장에서나 나올 법한 단어들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읽으면서 이미 누적된 개연성은 제법 단단하므로 쉽게 무너뜨리기는 아깝다고나 할까)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더욱 확고한 자세로 본인의 깨달음에 근거한 여러가지를 피력한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검증되지 못한, 그래서 상상가능하지만 금기시 되기도 한 것들, 삶과 죽음, 저 세상 등.
또 우주나 이 세상의 시스템에서 광활한 정보망의 구조를 말하고, 우리의 변화무쌍한 '감정'은 하나의 에너지일 뿐이며 우리의 오감은 세상의 에너지가 드나드는 창문이라 말한다. 그리고 매일 밤 꾸는 꿈의 비밀에 대해서도 말한다.
<감정의 무게>
인간의 감정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과학적인 해석으로도 보여지며 우리의 일상에도 유용하게 다가온다.
*모든 감정은 하나의 에너지일 뿐이다.p162
*내 생각에, 감정의 원인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고 쓸모가 없다.이것이 연금술이 심리학과 다른 점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어떻게 분출하느냐이다...감정은 에너지체계이며...이유를 찾는 것은 지적인 일이지만 감정의 분출은 생리학적 현상이다.p164
*땀을 흘리거나 우는 것도 감정을 분출하는 방법이다.p173
<시간>
저자는 시간에 대해,각자는 고유한 시간의 선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소리나 빛처럼 굴곡과 파장을 가진다며 불가능을 넘어 선 '가능'을 이야기한다.
*과거는 끝나버린 일이 아니다. 이미 겪었던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며 시간의 흐름은 이방에서 저방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반면 미래란 내가 갖고 있는 에너지의 양에 의존하는 가능성의 총체이다. p314
*가능성은 에너지의 양,집중의 강도에 의해 판가름난다.p315
<비범한 현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책읽기가 마지막부분으로 가면서 나름 쌓아 온 개연성이 흔들릴 때쯤, 그래도 저자의 태도는 여전히 확고하다.
*그렇다. 나는 근본적으로 아주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비합리적인 것에 열려있다. 지적 호기심때문이기도 하고 경험때문이기도 하다...객관성과 변별력을 잃지 마시라.그러기위해선 어떤 가정도 하지 말라.p254
*이름 붇일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그것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지는 않는다.이것은 '믿을만 하느냐'가 아니라 '받아 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p254
*포착하지 못하는 주파수가 있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p259
*그렇다면 상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엇일까? '보고싶은대로 보게 될 뿐'이라고 말한다면, 나는 '안 보려고 하니까 못 볼 뿐'이라고 받아칠 것이다.p260
<마감하기>
저자는 확실히, 연금술사로 보이며 지금도 본업의 궁극적 대업을 실행하고 있으며 본인의 깨달음을 현 세상에 베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메세지는 '깨어남의 원리를 아는 것'.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 어느때보다 깨어남의 부재로 힘들어 하는 것 같다...이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나는 사람들이 이걸 깨닫도록 북돋울 뿐이다...그래서 모든 사람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깨달아 적극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p326
*나는 우리 모두 매순간 만족감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지옥을 택할 것이냐, 천국을 택할 것이냐'...
내가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공개할 비밀은 바로 이것이다. 지옥이나 천국은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상태를 가르킬 뿐이다...
누군가 연금술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연금술이란 행복해지기 위한 예술입니다."
저자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연금술사 파트릭뷔렌스테나스에 대한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하다.
조만간 조용한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을 곁에 두고 며칠이고 그 여정을 다시, 천천히 따라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