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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8월
평점 :
옛사람의 마음으로 보는 그림
옛사람과의 시선 맞추기
'회화 감상이란 한 사람이 제 마음을 담아 그려 낸 그림을 또다른 한 사람의 마음으로 읽어내는 작업'이라고 오주석은 말한다. 마음으로 그린 그림 속에서 그 마음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저자의 대중강연 모음집이다.
옛사람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는 법과 옛 사람의 시선으로 그림 감상하는 팁을 알려준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 란 말처럼 옛그림을 보는 눈을 열어주며 그림 감상법을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낸다.
소개된 여러 작품 중에서 김홍도가 환갑이 다 되어서 그린, 송악산 아래 만월대 자리에서 개성 유지 64명의 잔치 모습 <기로세련계>를 통해 그 당시 삶의 흔적을 배운다.
그림 속 백자 항아리에 꽂힌 꽃은 종이로 만든 꽃 지화이며 그것을 만드는 과정을 지화를 꽃피운다고 하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또한 잔치상을 받은 부유한 주인공들과 시종, 거지 등 주변인들의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 상상을 더해준다.
호랑이의 터럭을 그리기 위해 만 번 이상의 획을 그은 김홍도의 <송하맹호도>와 호랑이 민화의 비교도 흥미롭다.
조선 국왕의 상징 <일월오봉병>에서 해와 달, 다섯 봉우리, 소나무와 물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양이 그림으로 유명한 변상벽의 <묘작도>에서 고양이 두 마리와 참새 6마리를 그려놓은 뜻은 무엇일까?
평소에 지나치듯 보던 그림들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실려있다.
조선후기 화가 이명기가 그린 <채제공 초상>에서는 좌의정 채제공의 곰보인 얼굴과 사팔뜨기 눈까지 그린 극사실 초상화가 등장한다.
일호불사一毫不似 편시타인便是他人 '터럭 한 오라기가 달라도 남이다'
진실한 모습의 구현을 통해 외면이 아닌 정신을 그리려고 한 조상들의 지혜와 해학을 엿볼수 있다.
책을 다 읽어 갈 때쯤이면 '기운생동 氣韻生動' 하는 여러 작품을 통해 우리 민족의 문화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조상들의 삶과 얼을 담고 있는 문화의 가치란 우리가 살아가는 보람이며, 이 땅에 사는 이유, 우리가 우리인 까닭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작가 오주석은 2005년 2월 49세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생을 마쳤다.'
자기 바깥의 무엇엔가 깊이 몰두하고 있다는 것은 유한한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하나의 축복이다'란 작가의 말처럼, 책 속의 그림들을 통해 나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첫걸음을 떼게 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며 사리지고 파괴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찾고 우리가 자랑하고 사랑해애 할 문화재에 대한 가치를 높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