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개들의 왕 - 제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12
마윤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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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할머니는 무슨 죄를 지었어?"

  "할머니?"

  "아들을 위해서 모든 걸 희생한 할머니가 왜 버림을 받아야 하고, 왜 저렇게 참혹한 일을 당해야 하는 거지? 대답해 봐! 이 멍청한 자식아!"

  동치의 멱살을 잡고 있던 홍두의 손이 스르르 풀어졌다. 홍두가 자신의 뭉개진 손가락을 내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쨌든 이건 나쁜 짓이야……."

  "왜 우리한테만 그런 벌을 주는 거야!"

  동치는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녀석이었다. 그런 동치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예배당을 쩌렁쩌렁 울렸다.

  "우린 아직 죄를 짓지도, 지을 시간도 없었단 말이야."

 

마윤제, <검은개들의 왕>

 

  검은개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누런 이빨을 박아넣을 듯한 광기 어린 눈빛. 보름달 훤한 밤에 갈가리 찢겨지는 일만이 남은 날의 운명인 듯한 예감. 더욱 불안한 것은 이 괴물이 튀어나온 갈대밭을 건너다보며 과연 '이 녀석이 전부일까?' 하고 드는 생각. 이런 공포를 마주하는 법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함께 굳어있는 녀석들을 보며 깨닫는다. '꿈틀'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을. 이런 상황에 처한 게 우리 탓일까마는 이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거라는 것은 안다. 뛰어야 한다. 이 공포를 깨부숴야 한다. 같이 뛸 녀석들이 있다. 어쨌거나 왕은 황무지에도, 저수지 농장에도, 역 광장에도, 식육점에도 있었다. 다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그때는 우리가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대박이다. 이상한 힘을 가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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