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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평점 :
베케트는 흔히 도스또예프스키, 카프카, 카뮈와 더불어 실존주의 철학의 영향을 받은 작가로 분류된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대화를 통해 유도 되어지는 우리 삶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전락, 고통, 죄의식, 절망감이라는 주제들은 실존주의 그 자체이다. 베케트는 이 작품을 통해 우연히 지정된 시간과 공간속에 그냥 던저져 이성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의 실존을 적나라하게 표출하며 '왜 하필이면 지금 여기?'라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우연과 무의미라는 인생의 장면들을 희곡이라는 형태로 연출해내는 베케트의 창조력은 과히 눈부시다.
두 주인공이 생각없이 뱉어내는 듯한 대화속엔 우리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으라는 베케트의 도전이 역력하다. 출생이라는 시작부터 선택권이 없으며 원하지도 않는 이때 이곳으로 던져진 우리의 존재에 대한 인식, 죽음과 출생의 순환을 통한 무의미한 존재의 반복의 불가해등 베케트가 보는 세상은 혼란스럽고 엉터리같으며 무의미하다. 우리 인생은 불공평하며 모든 사건은 근거가 없어 보인다. 이런 현실에 베케트가 보이는 반응은 <침묵>이다. 그는 극중 간간히 인물간에 침묵을 야기시킴으로서 우리 개개인내의 혹은 인간들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직접 드러낸다.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찾고 헤메이는가라는 베케트 자신의 개인적인 방황을 침묵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또 예수가 이 세상에 와서 받은 십자가에 못박힘의 고통은 우리 모두가 세상에서 매일 받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이 순간적이고 인간적으로는 이해가 안된다는 에스트라공의 의문은 도데체 신의 사랑이 무엇인가라는 베케트의 신의 존재에 대한 거리낌없는 의심으로 해석된다. 파괴적인 인간본능, 무의미한 폭력등으로 얼룩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베케트가 정의한 세상은 <고통>이었으며 균형과 평화가 없는 세상에 절대자의 위치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 당시와 같이 인생이 궁극적으로 무의미해 보일때, 또 종교라는 자기 인생에 정의를 부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서 그 공허함과 무료함은 배가 되었을테니.. 베케트의 절망적 우울함을 교감할 수 있다.
<고도>는 베케드 자신이 밝힌데로 그가 믿지 않는 불투명한 신보다는 누구의 인생에서나 분병한 단 한가지... <죽음>이라는 끝을 말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누구에게나 오는 죽음... 이 엄연한 현실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일때 죽음이 우리의 가장 진정하고 의미있는 계기이며 직접 체험할수 있는 나의 개인적 가능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의 불안과 인생의 보잘것 없음에서 <해방>되서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것... 이것이 베케트가 말하려는 <고도>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급기야 베케트는 그 죽음을 기다릴수 있는 여유를 이 작품을 통해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시대에 대한 불안감이 어떤 낭만으로까지 받아 들여지고, 주체없은 반항만으로는 일들이 해결될 수 없는 때이기도 하지만, 극심한 경쟁체제의 현대사회로서 각 개인이 좀더 직접적으로 자신의 책임과 자유와 근원적인 존재론적 불안감과 맞닥뜨려야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실존주의적 감수성은 오늘날 더욱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런 시간의 초월성을 갖춘 철학책들에 계속 나의 손이 가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