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지혜 : 전편 - 지혜의마당 1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박민수 옮김 / 아침나라(둥지) / 199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성의 철학자 칸트는 인간이 이성을 완전히 사용하게 되는 시기는 지혜의 관점에서 대략 60대라고 설파했다. 자신이 남길 유산에 대해서나 생각해볼 나이인 60이 되어서야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겨우 터득하고 바로 죽어야 하다니 우리 인생은 참으로 허무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이성의 실체를 갈망하며 항상 그곳을 보려 노력하지만 결국은 감정의 유혹에 미소를 짓는것이 인간이니 참으로 그 모습이 더욱 초라하다. 인간답게 사는 삶과 행복에서 완성되는 <성자>의 모습... 이것이 그라시안이 말하는 이성이라는 월계관을 쓴 <승자>의 초상이다.

이 책은 400년전이라는 오랜 세월의 저 편에서 쓰여진 것이지만 지금 읽어도 전혀 묵은 시대의 곰팡내가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읽다보면 저절로 옷깃을 여미게 하는 바가 있다. 또 이성의 프리즘을 통해 투영시키는 그의 날카로운 통찰력과 분석력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악하고 이기적이며 변덕스럽고 허영심의 가득찬 우리 인간의 본성을 밑바닦부터 파헤치고 그러한 인간이라는 존재와 어떻게 교제를 해야할지 구체적인 충고를 던진다. 항상 노력해도 인간관계에서 결국 얻는 그 실망을 줄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나 할까? 여러 수도학교의 교사로서 군대의 목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가르친 당대의 사표였던 그의 깔끔한 강의를 듣는 느낌이다.

가파르고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제같은 글들이었다.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더불어 사는 세상>일진데 그라시안이 말하는 그렇게 지극히 이성적이여야할 우리의 초상에다 비완벽에서 나오는 인간의 자체에 대한 이해와 또 너그러움과 훈훈함과 같은 비기계적인 한 생명으로서의 요소도 잊지 말라는 그 한마디의 끝맺음이었다. 항상 이성으로만 사는것이 이상적인 인간의 풍경일지는 생각해볼 만한것 같다. 표지판이 있어도 다른길을 택하는 우리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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