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알베르 카뮈 전집 2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8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기 말 독일의 철학자 니체(F. Nietzsche)는 ‘신은 죽었다’는 한 마디의 말로 너무나 쉽게 유럽역사 이천년을 이끌어온 기독교 사상의 뿌리를 밤손님처럼 들어와 마구잡고 뒤 흔들어 놓는다. 이렇게 새로 다져진 현대사상의 토양 위에‘실존(實存)철학’의 나무가 카뮈(A. Camus)와 사르트르(J.P. Sartre)에 의해 심어진다. 특히 카뮈는 존재에 대한 풀 수 없는 의문과 삶의 혼돈, 그리고 저 죽음 너머의 세계, 이 같은 20세기 인간현존(人間現存)의 의미를, 부조리(absurdity)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이 부조리는 단순히 우리네 사회의 부도덕성이나 비합리성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닌, ‘왜 사는가’라는 우리존재의 의미를 묻는 카뮈의 고통스러운 성찰과 직시의 과정으로부터 솟아나온 ‘무의미(無意味)’라는 삶의 정의(定義)로 봐야 할 것이다.

그의 대표작 <이방인>은 뫼르소(Merusault)라는 현실에의 무감각한 우리 인간상에 대한 연구이면서, 삶의 부조리, 그 무상성(無常性)을 충격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뫼르소, 그의 일생을 뒤집는 운명적인 행동이, 그의 이름(‘Mer’ 바다 와 ‘Soliel’ 태양) 자체에서 상징되듯이 뫼르소가 현실에서 느끼는 무감각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대서 빚어진 무감각이며, 카뮈가 그리는 뫼르소는 우리와 전혀 다른 어떤 특정한 개인을 그리기 보다는, 삶의 무게에 짖눌려 삶의 의미를 망각한 체 살아가는 ‘우리’의 진정한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처형 대에 올려지는, 죽음을 직면한, 그러한 극한 상황 속에서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깨닫는, 우리의 그 ‘무감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삶의 의미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카뮈의 믿음이 또한 이 책 속에 남아 있다 하겠다.

뫼르소의 마지막 절규하는 신부와의 대화는 카뮈의 신에 대한 무감각적 태도를, 그의 실존주의 프리즘을 통해 직접 보여준 것으로, 니체가 ‘신은 죽었다’라고 했다면, 카뮈는 ‘신? 괜찮습니다 당신없이 혼자 할 수 있습니다’의 태도를 보였다 할 수 있다. 신에게 영광 돌리는 삶이 죽음너머의 사후세계의 구원과, 이 땅의 진정한 삶의 목표인 기독교인들의 사상에 이 ‘의심하기’는 용납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의 세계대전을 치른 파괴와 죽음에 너무나 친근한 사람들중 하나로서, ‘생존’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부여되는 그 당시에 사람들중 하나로서, 카뮈에게 ‘우리는 도대체 왜 이상에 왔는가’는 진정한 미지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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