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 엮음 / 해피스토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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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서구화를 넘어 ‘사회적 아시아’의 연대를 꿈꾼다

최근 몇 년간 동아시아 트랜스내셔널리즘에 관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는 지역공동체를 꿈꾸는 것으로 다각적 측면의 제휴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6일(월)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가 출간한 『우리 안의 아시아 우리가 꿈꾸는 아시아』는 이러한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능성을 살피고 하나된 아시아를 모색한다.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아시아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활동에 힘쓰고 있는 단체로 이 책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연재되는 ‘아시아 생각’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엮은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은 최신의 사건을 중심으로 현장감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칼럼은 모두 2006년 이후의 사건이나 이슈를 다뤄 현재성을 확보했다. 또 동티모르에 직접 방문한 ‘경계를 넘어’ 회원 최재훈씨나 인도네시아 여성운동가를 직접 만난 정은숙씨(위스컨신대·정치학과 박사과정 수료)와 같이 현지에 직접 닿아있는 한국인이나 인도네시아 출신의 유완또 교수(인도네시아 디뽀네고로 국립대·정치학과), 네팔 출신의 지번 바니야 연구원(성공회대 민주주의와사회운동연구소) 등의 현지인이 필자가 돼 좀 더 사실적인 이야기를 다뤘다.

책은 1부에서 ‘아시아를 향한 성찰’을 보여주고 2부에서 ‘오늘의 아시아’ 현황을 진단한다. 이어 3부에서는 ‘아시아 연대를 위하여’ 해야 할 우리의 과제를 제시한다. 특히 실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목소리를 내는 3부에는 아시아 연대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제시된다.

특히 아시아 연대를 주장하면서 스스로는 서구화 돼버린 한국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지번 바니야 연구원은 “아시아 연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인간적’인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국가적 이익과 전략 문제는 서구적인 시선으로 먼저 사람을 보는 관점에서 연대를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카 우마노스 소토씨(성공회대·아시아NGO학 석사)는 “아시아 연대를 생각하기 전에 ‘아시아란 무엇인가’에 관한 정체성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구와는 차별화된 아시아만의 민주주의 모델을 세우고 서구적 관념이 아닌 ‘아시아적 가치’를 기본으로 아시아의 인권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 아시아여성위원회 프로그램 박진영 간사는 한국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원하기위해 하루치 임금을 포기한 태국 노동자들이 태국 주재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본다.

결국 이들이 꿈꾸는 아시아는 ‘사회적 아시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개별 아시아 사회 내에 존재하는 시민사회 및 아래로부터의 민중적 힘에 기초해 아시아 민중들의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연대에 기초해 구성되는 새로운 초국경적 아시아의 성격과 지향을 의미한다. 이는 자본이 주도하는 ‘아세안+한·중·일’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아시아’ 통합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들은 ‘사회적 아시아’의 촉진을 통해 민주주의의 왜곡이 가져온 양극화·독점화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시아의 인권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주제인 ‘아시아 연대’에 관한 일목요연한 정리나 체계적인 구성이 없어 중복되는 내용이 발견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칼럼이라는 형식을 통해 현장에서 직접 뛰는 그들의 작업을 제시함으로써 아시아 연대의 실질적 필요성을 환기시킨다는 점에서 책을 꺼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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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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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때였나 중학교때였나,,, 아마 고등학교 때로 추정되는데 어쨌든 학교에서 주웠나 집에서 주웠나 여튼 주워들어서 읽었던 소설이다. 마땅히 읽을 책없이 앉아있기 뭐해서 읽었던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는 이게 뭔가 싶기도 하고 그냥 흥미롭게만 읽었던 책이지만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잘나간다는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고, 존경하는 문학평론가 신형철 간사님 책장에도 꽂혀있는, 뭐 그런 책이다.

 

『꾿빠이 이상』은 일제 치하의 조선에 살았던 천재 작가 이상을 소재로 그의 죽음과 관련된 미스테리와 그의 미발표 유작 오감도 16호, 그리고 죽은 후 영안실에서 석고로 떴다던 데쓰마스크를 추적하는 사건을 다루는 소설이다. 

 

사실, 작품은 대단히 탄탄하다. 이상의 시와 소설에 나타난 암시와 상징을 분석하면서 그의 죽음에 대한 진실, 데쓰마스크가 중요한 함의를 가지는 이유, 그가 본명 김해경이 아닌 '이상'으로 남기까지의 내면적 갈등 등에 대해 접근한다. 물론 소설이지만 작가는 철저한 실증과 자료 분석을 바탕으로 사실에 근거한 픽션을 구성한다.

 

그러나 사실 나 같은 일반 평민이 읽기엔 이상은 너무나도 난해하다. 지난번에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의 신범순 교수님을 취재할 일이 있었다. 이상 연구의 전문가이신 신 교수님이 『이상의 무한정원 삼차각 나비』라는 책을 쓰셨기 때문이었다. 그 책에서도 이상은 매우 난해한 인물이다. 단순히 시인이나 문학가가 아니라 천재 건축가, 화가, 문인이며 또 대단히 새로운 다른 차원의 힘을 추구한 인물이란다.

 

『꾿빠이 이상』에서도 그런 이상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유한한 인간인 김해경(이상의 본명)과 작가로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이상의 갈등. 그리고 조금 더 살 순 있겠지만 결국 죽은 인간일 뿐인 김해경을 포기하고 순간을 불살라버려야하는, 그러나 후세에 영원히 남을 작가 이상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은 분명 범인의 모습이 아니다.

 

이상은 정말 특별하다. 독특하고 신기하다. 나쁘게 말하면 미친놈이고 좋게 말하면 천재다. 시대를 앞서나가도 너무 앞서나갔다. 다만 그가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무래도 그의 열정일 것이다. 난해하고 대중적이지 않음에도 끊임없이 시를 썼던 모습, 작가의 예술혼을 불태우는 모습, 시대와 타협하지 않았던 모습 등등. 그 열정은 충분히 배울만하다.

 

시와 작가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후대의 몫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땠었는지는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기에 우리는 후대의 '평론가'들의 말을 신뢰할 수 밖에 없다. 후대가 평가하는 이상은 대중적으로는 천재 괴짜 시인으로 알려졌지만, 신봉자들은 그를 '시대를 앞서나간, 정말 굉장한 천재'라고 평하고 안티들은 '미친놈'으로 치부할 것이다. 나는 역시 일반 대중의 견해를 따르겠지만 직접 분석하고 평하는 전문가들의 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이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짙다.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예전에 읽었던 책이 집에 다시 놓여있었기 때문에, 같은 책을 신간사님도 읽고 있더라는 반가움에, 작가가 이제와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된 김연수씨이기에 괜히 내가 접한 '이상'에 관련된 것들을 몇개 열어보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난 이상을 여전히 잘 모르고, 앞으로도 깊게 연구하고픈 마음 없고, 별로 접하고 싶지도 않다. 그만큼 그는 딴세상에 살았던 사람이니까. 다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여전할 것이다. 어쨌든 그는 천재라는 단어조차도 뛰어넘을 만큼 기이한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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