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촉촉하고 짭쪼롬한 하느님
에드위나 게이틀리 지음 / 분도출판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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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하고 촉촉하고 짭쪼롬한 하느님 >

- 에드위나 게이틀리 / 분도출판사 -

제목은 달달한 것 같은데 내용은 강렬하다.
그러나 되씹어보면 그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자는 가톨릭의 평신도 여선교사로서 제도와 기존의 신앙틀을 뛰어넘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녀가 원했던 삶은 아니다.
다만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현재는 매매춘 여성을 돕는 일을 한다.
그녀가 말하는 하나님은 가부장적인 개념으로 굳어 버려 경직된 하나님이 아니다.
창조적인 다산성을 의미하고 약한 자를 돌보며 어두움마저 빛을 발견하는 길로 사용할 수 있는 여성적인 하나님을 말한다.
잊혀지고 애써 지워버렸던 여성으로서의 하나님을 다시 기억하고 그것을 찾으러 떠나는 여정을 권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여성 하나님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적절한 조화 속에서 마음껏 일하시고 만나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을 이야기한다.

사실 난 이런 책을 만나면 반갑다.
나도 남성성과 여성성이 공존한다.
그래서 내 이미지는 중성에 가깝다.
그러나 그것이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성에도 남성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은, 이물질 같은 나를 발견하는 날은 어두워졌다.
따뜻함을 소유한 것 같으면서도 동굴에서 빠져 나올 것 같지 않은 나.
누군가 옆에 없으면 불안한 소녀 같으면서도 잔다르크처럼 분연히 일어나는 나.
이 책을 읽으며 난 어쩌면 인디언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훨씬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에 피식 웃었다.
읽을수록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우리 안에 제한 받던 하나님이 자유롭게 춤추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인생도 그리 부르시고 계시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내 안에는 몇 개의 꿈이 꿈틀거린다.
현실적으로는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그 꿈을 생각하면 그것이 나다운 내가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그래서 요즘 그 꿈에 대한 생각을 자주 했는데,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멈칫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은 나만의 인생을 위해 나를 지으시진 않으셨을 것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행복하길 원하시지만 행복이 종착역은 아니다.
나의 자유와 마음껏 춤을 추는 이유는 또 다른 그 분의 자녀, 그 누군가와 함께 춤추길 원하실 것이다.
그녀가 생각도 못 했던 곳에서 또 다른 그녀들을 이해하고 안아주고 같이 울어주는 이가 되었듯, 우리도 우리의 부르심엔 그 의미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꿈이 나의 자아실현에서 멈추지 않고 그 분과 같이 걸어가는 걸음이 될 때 그제야 난 진정으로 행복하고 즐겁고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내가 잘 하는 것을 골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못 해도 그 분과 같이 가니 기쁘게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면, 교회 내에서도 이런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었으면 좋겠다.
시선이 많이 다르지만 이런 시선이 우리에게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인디언 소녀처럼 춤추고 싶어지는 책을 만났다.
원초적인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지고 앞으로의 걸음이 더 가벼워지게 돕는 책을 만났다.

"우리가 여정에 열려 있다면, 하느님은 언제나 진행 중에 계시다."

"여성의 에너지는 단련되지 않은 남성성에 균형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억압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면, 남성도 그 비현실적이고 파괴적인 힘과 통제의 고지에서 내려와 중간지대에서 여성을 만나야 한다.
여성과 남성은 새로운 존재방식을 만들어내고, 정의와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탄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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