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정체성은 ‘문장 교열(그것도 영어)‘에 있다. 그걸 분명히 인식하고 읽는다면 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얘기들을 차분히 읽어내려갈 수 있겠지만, 영어도 맞춤법도 구두점도 관심이 없다면 전혀 진도가 안 나갈 수도. 하지만 나는 별종이라 옮긴이의 말까지 읽었다는.작가는 어디에도 그런 말을 남기지 않았지만, 이건 분명 선배 교열자 루 버크에게 바치는 책이다(라고 나혼자 생각함.
뻔하지만 다정한 말들. 백살이 가깝도록 초연히 살아온 사람의 내공은 이런 것일지도.
갱년기에 대한 공포로 중년이 겪게 되는 내면의 변화를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지만, 뜻밖의 외상들을 통해 세월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의 몸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무심하지만 통찰력 있는 이야기. 이 시대에 독립적인 여성이 기록한 평범한 중년에 대한 고찰은 찾아보기 쉽지 않아 소중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