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2disc, 일반판)
데이비드 핀처 감독 / 워너브라더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매혹적인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를 보고 감동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F.스콧 피츠제럴드가 쓴 원작 소설도 읽어보았다. 기본 스토리를 제외하면 영화와 상당히 달랐지만, 여전히 신비한 뉘앙스가 가득했다. 어떤 한 사람의 시간이 저 혼자 거꾸로 간다는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반해서 귀를 기울일까? 분명한 건 무언가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감독과 작가는 시간의 역행이라는 설정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삶이라는 건

 벤자민 버튼은 할아버지로 태어나 세월이 흐를수록 젊어진다. 그 괴상함은 태생적이며 어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다.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상황에 적응하며 현실에 대처해 나간다. 주인공이 결핍을 그대로 지닌 채 살아간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삶이 그러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설명할 수 없고 극복할 수 없는 결핍이 있는데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위로를 받는다.




 죽음이라는 건

 책과 영화 모두 죽음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영화는 원작소설이 단편이라는 한계로 다 담지 못했던 메시지를 잘 풀어서 보여준다. 선장이 죽기 전에 남기는 대사는 원작소설엔 없지만 감동적이다. “현실이 싫을 때는 미친개처럼 해도 되고 원망도 해도 되고 신을 욕해도 되지만, 마지막에는 받아들여야한다.”

 카메라는 벤자민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마지막 눈을 감는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누구나 언젠가 경험해야 하는 순간들이기에 그 모든 것을 내 눈에 담았다. 그리고 결국엔 나 자신의 죽음도 그렇게 찬찬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랑이라는 건

 책과 영화의 결정적 차이점은 사랑의 모습에 있다. 영화를 보았을 때 내가 받은 인상은, 한 사람을 사랑하며 사는 인생이 아름답다는 거였다. 그러나 원작에선 시간이 지나자 사랑이 식는 과정이 매우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심지어 벤자민이 마지막 눈을 감을 때 그의 곁을 지키는 건 아기 보는 보모이다. 재미있기도 했고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영화감독이 로맨티스트여서 원작을 뜯어고친 모양인데 그 두 가지 사랑의 모습 모두 현실에 존재한다고 본다. 사랑은 생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아무것도 아닌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심장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전자가 되거나 후자가 될 것이다.




 한 편의 生

 카메라는 인물이나 풍경을 느리고 섬세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화면을 바라보면서 세상과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사실 그 화면에 반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런 시선으로 나도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모든 순간은 되돌릴 수 없기에 아련하고 소중하다. 간혹 결핍된 무언가로 인해 고통 받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고립되기만 할 때가 있다. 그러할지라도 지금 주어진 것들때문에 감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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