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 - 클레멘트 코스 기적을 만들다
얼 쇼리스 지음, 이병곤.고병헌.임정아 옮김 / 이매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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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인문학>이라는 책을 읽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한국에서 적용한 내용이었다.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문학작품을 통한 정서 치유가 주된 효과로 엿보였다. 멋진 일이긴 했지만 내가 기대했던 무언가가, 어떤 이상적인 이론이 현실 상황에 부딪힌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미국에서 처음 클레멘트 코스를 창안한 얼 쇼리스의 책 <희망의 인문학>을 읽으며 본래의 취지와 성공에 필수적인 요인을 알아 보았다.

1. 모험이라는 폭발력.

얼 쇼리스의 생각 -가난한 이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세계`타인과 관계맺는 법, 정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가난, 정치, 인문학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신선한 만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먼저 얼 쇼리스에게 모험이었고 이것이 교수, 학생, 관련자들에게로 차츰 차츰 전달되면서 클레멘트 코스가 그들 사이에서 희망의 군불이 되었다. 이 모험이 전해지는 중간단계를 거치면서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2. ‘대화’라는 방법론.

그러나 주입식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도 학교에서 도덕, 사회 등의 인문학 수업을 들었지만 그것 때문에 내 가치관이나 삶이 변화되진 않았다.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의 인문학 수업이라면 가난한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진 못할 것이었다. 얼 쇼리스는 소크라테스가 철학을 하던 방법, ‘대화’를 클레멘트 코스에 도입했고 학생들은 듣고 말하며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었다.

3. 훌륭한 교수의 확보.

철학, 시, 역사... 각 과목의 진정한 가치가 전달되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선 훌륭한 교수의 확보가 필요하다. 토론 문화가 생소하고 주입식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국 교육계에서 마땅한 교수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서양철학은 한국의 것이 아니기에, 한국철학은 연구자가 많지 않기에 교수들이 가르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을 경시하기까지 하는 한국에서 대학 수준의 가르침이라는 말부터가 난센스일지 모른다.

형식만 복사해 온다면 클레멘트 코스에서 일어났던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한국사회는 -무엇보다 가르치는 쪽에서부터- 인간답게 사는 것을 삶의 첫 번째 가치로 삼고 있는가. 인간답게 산다는 게 단지 잘 먹고 못 먹고의 차이가 아님을 알고 있는가. 믿지 않는 것을 가르친다면 초딩이라도 눈치 챈다. 얼 쇼리스는 교육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제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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