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다, 믿다, 하다
손성찬 지음 / 죠이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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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엔 모태신앙인이 태반이다. 어릴 적 부모 손에 이끌려 교회를 출석해야만 했던 모태신앙인이 그나마 오래 남는 거다. 이들은 부모 뜻에 따르다가 자연스럽게, 혹은 어떤 계기를 통해 믿음을 가진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혹은 신앙인이 된 후에 의심이나 혼돈이 생겨도 그냥 믿어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입을 열기 쉽지 않다. 습관에 의해 교회는 계속 다니겠지만 영적인 갈급함이 다 채워지진 않는다.

 

모태신앙인이 아닌 경우는 또 어떤가. 어릴 적부터 배워 익힌 기본기가 약한 상태에서 시작하지만, 개인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체계적인 기본기를 쌓기가 어렵다. 새신자반 몇 달 정도의 과정이 끝나면 그냥 일반 교인과 같은 대상으로 분류된다. 곁의 교인들과 교회일이나 세상일을 이야기하지만 신앙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는 하기 쉽지 않다. 교인들이 잘 챙겨준다면 역시 습관에 의해교회 출석은 계속 할 수 있을 거다.

 

<묻다 믿다 하다>의 저자 손성찬은 이런 교인들이 궁금해 하거나 고민할 법한 주제들(믿음의 크기, 구원의 확신, 십일조, 교인의 음주, 예배의 형식, 뉴에이지 음악, 혼전 순결... 등의 광범위한 주제가 돋보인다.)을 가지고 와서 차근히 풀어준다. 하지만 단순히 어떤 정답을 말해 준다거나 여러 논리를 끌고 오는 방식은 아니다. 어떤 답변은 또 다른 의문을 던져주기도 하고 어떤 답변은 역설적이기도 하고 어떤 답변은 모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령, 비슷한 여러 진로 중 하나님 뜻하시는 길이 어딘지 고민하는 이에게 책 237페이지 소제목은 이렇게 답한다. “하나님은 네가 뭘 선택하든 별로 관심 없으시다!” 하하하. 정말 그렇다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최종 관심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보다 우리 자체에 있다는 걸 깨달으라는 의미이다. 82페이지에서는 사사건건 하나님 뜻을 구하는 것에 대해 온 국민이 앓고 있는 결정 장애의 책임을 하나님께 토스하고 싶은 의도라는 재미있는 표현도 나온다.

 

가나안 성도들을 향한 메시지라든지, 목회자에 대한 변호라든지 어쩌면 뻔한 답변처럼 보이는 답변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교회를 붙들고 계신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의심과 혼돈을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는 성도들, 혹은 긴 자체 방학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을 사랑하는 이들이 신앙의 물음을 통해 믿음과 행함을 탄탄히 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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