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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노트 1 (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9월
평점 :
우리말로 ‘영계(靈界) 탐사자들’의 뜻을 지닌 제목처럼, 소설은 2062년 이후의 미래에서 죽음의 세계를 탐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미 전작 <개미>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지은이는 이제는 옮긴이의 말마따나 ‘현미경’에서 ‘천체망원경’으로 옮겨가 세계 각국의 신화를 특출나게 해석하고 특유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미 <개미>에서 보여주었듯이 소설 중간중간에 자신의 상상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서 각국의 신화와 성서 등을 발췌하여 싣고 있다. 7단계로 이루어지는 죽음의 세계나 천사들의 설정 등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모든 신화에는 진리가 있다’거나 ‘모든 종교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는 주장 역시 나름대로 일리가 있고 또 동서양의 통합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긴 하지만, 읽는 내내 황당하다는 생각을 접을 수가 없다. 지은이는 전세계적인 통합을 말하려 했는지 모르나 그가 상상한 죽음의 세계는 매우 서양(성서―천사와 그 이름들) 중심적이다. 더군다나 인간이 심판을 받고 환생할 때 자신의 환경과 인생의 중요부분을 자신의 선악점수 범위 내에서나마 스스로 선택한다고 해놓고, 타나토노트들의 영계탐사를 두고 천사들이 갑론을박하고 그로 인한 주인공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앞뒤가 맞지 않아 소설의 신뢰성에 치명타를 입힌다.
물론 영계가 곧 우리 은하계이며, 코마 상태의 영혼이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지구를 벗어나 우리 은하계의 ‘배꼽’에 다다른다는 설정은 우리의 생명이 ‘배꼽’에서 시작된다는 점과 기막힌 수미상관을 이루기도 하고, 영계 탐사를 둘러싼 인간군상의 치졸하고 나약하며 욕심 많은 모습들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방불케 하기도 한다. 코마 상태에서 살아돌아온 최초의 타나토노트의 말 한 마디에 대통령과 실험자들을 살인자로 몰던 언론과 군중들이 곧바로 그들을 영웅으로 떠받드는 장면이라든가, 영계 탐사가 대중화되자 영계에까지 상품 광고가 진출(?)하게 되었다는 설정 등은 현대사회를 통렬하게 꼬집는 명장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굳이 베르베르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것이다.
<개미>에서의 집요한 관찰력과 완벽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주었던 지은이의 능력은 아쉽게도 두 번째 작품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여전히 왕성한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작에 비해 어설픈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개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는 탁월하지 않다. 차마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의 불세출의 미녀를 연속 등장시키는 것도 진부하고, ‘통합’을 말하지만 스스로 서양과 남성의 ‘주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실망스럽다(하기야 노력 자체가 가상한 것이긴 하다). 재미에 비해 감동은 부족한, 아쉬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