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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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초 종로 영풍문고에 갔을 때다. 평소처럼 인문서적 코너로 먼저 발을 들여놓았더니, 20만부 돌파기념이라며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라는 별책부록까지 옆에 끼고 인문서적 공간의 가장 좋은 자리를 꿰차고 수북이 쌓여 있었던 이 책‘들’이 단연 눈에 띄었다.

출간 6개월이 채 못돼 무려 28쇄를 찍어낸 이 책은 정신분석 전문의가 쓴 심리학 분야의 인문서적이자 서른 살 전후의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실용서적(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배고픈 인문과학 분야 중에서는 밥벌이가 괜찮은 심리학이 우리나라 출판시장을 먹여살리는 ‘실용’과 만났으니 안 팔리는 게 이상할 터, 마당발과는 원수지간인양 손가락으로 다 꼽지도 못할 나의 동갑내기 벗들 중에서도 이미 두 명이나 먼저 읽고 서른 살을 보냈다 하니 이 책의 위력(?)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심신을 움츠리게 만드는 수많은 고민들이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준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조곤조곤한 위안과 충고의 말은 물론이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사실 자체가 서른 살의 방황과 혼돈의 심리상태가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리라. 지은이가 머리말에서 밝히듯 믿을만한 멘토(스승) 없이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수많은 고민과 좌절, 자책에 시달리는 이 땅의 젊은이들은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나 갖고 있는 문제고, 또 누구나 이겨낼 수 있는 문제야.”라는 작은 위로의 말 한마디에도 목이 마르다. 점집과 타로카드에 미래를 묻는 젊은이들도 사실은 “잘하고 있어. 앞으로 더 잘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닐는지.

“구체적인 해결방법이 아쉬웠다”는 독자들의 지적에 지은이는 친절하게도 별책부록으로 답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속이 뻥 뚫리는 해결책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직접 지은이와 상담하지 않을 바에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들에 비춰 스스로 심리상태와 그 원인을 짚어볼 수는 있다. 또 직장생활이나 연애와 결혼 등에서 ‘전문가’이자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다.

특히 높은 자아이상 때문에 그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의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좌절과 자책의 악순환에 시달리며 종종 현실도피를 꿈꾼다면, ‘지금 극복하지 않으면 평생 끌려다닐 문제(p.107)’ ‘나는 왜 만족을 모르는가?(p.161)’ ‘나는 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가?(p.182)’ 등의 부분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어른이 되고 난 뒤 어느 순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라는 때가 있다. 어릴 적 꿈꿔 온 내 모습과 너무 다르기 때문에 당황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가 바로 또 하나의 이별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무엇이든지 가능할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거대한 꿈과의 이별. …거울을 깨버린다고 내 모습이 변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면서, 체념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한계를 깨닫는 것, 이젠 더 이상 선택할 수 없게 된 것들을 인식하는 것, 이루지 못한 꿈과 현실의 간극을 깨닫는 것 등은 인간 존재의 한 모습이다. …자아이상이 너무 높으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초라한 자신과 현실에 실망하고 우울해지기 쉽다. …‘과도한 이상’이라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고통당하지 말고, 이제 그만 그것들을 홀홀 떠나보내고 새로운 인생을 두 팔 벌려 맞이하라.
― ‘지금 극복하지 않으면 평생 끌려다닐 문제’ 중에서

 
   


어차피 자신의 문제는 스스로 풀 수밖에 없는 것. 하지만 다른 수많은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위안을 얻는 것도 우리네 삶일 것이다. 지은이가 강조하듯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괴테의 말처럼, 고민조차도 보다 나은 삶을 꿈꾸는 인간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므로.

한편으로는 이 책이 많이 팔리는 현실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방황하는 서른 즈음 젊은이들에게 작은 위안의 손길을 내밀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의 시대적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그것은 정신분석 전문의란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지은이의 섬세하고도 따뜻한 시선과 마음씀 덕분이리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심리학]이 사람 마음을 이용하기 위해서보다는 그를 이해하고 위로해야 하는 것이 먼저임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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