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웰치 * 끝없는 도전과 용기 - 반양장
잭 웰치 지음, 강석진 감수, 이동현 옮김 / 청림출판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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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잭 웰치는 CEO로서 지낸 20년을 포함해 40여 년의 세월을 GE에서 보낸 사람이다. 세계 최고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자랑하고 때문에 헤드헌터의 천국이라 할 미국에서 평생을 GE맨으로서만 살아온 그의 별난 이력은 그가 40대의 젊은 나이로 GE의 CEO로 발탁되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저자 스스로 생애 최고의 행운이라 말하는 그의 CEO 취임은, 그의 새로운 인생의 시작인 동시에 GE의 새로운 시작이었고 기업경영혁신의 신호탄이 되었다. 학문의 특성상 기업실무와의 신속하고 끊임없는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할 경영학은 잭 웰치가 이루어놓은 일련의 커다란 기업경영혁신을 받아들이고 또 발전시켜왔고, 때문에 경영학도라면 잭 웰치나 GE의 이름을 한번쯤 은 들어보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시장에서 1위나 2위가 아닌 사업부는 미련 없이 매각하거나 폐쇄시키고 무서울 정도로 철저한 능력주의에 입각해 10만여 명의 직원을 해고시킨 과감한 구조조정, 모토로라에서 시작된 6시그마의 활용과 발전을 통한 효율성과 경쟁력의 제고, 세계화 globalization)란 말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시작된 기업의 세계화, 최근에는 e비지니스에 이르기까지 잭 웰치가 전두지휘한 GE의 혁신과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IMF 이후 우리나라 기업의 최우선과제가 되었던 구조조정과 CF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 나라 대기업의 주요전략 중 하나가 된 6시그마 역시 GE의 화려한 성공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책은 그러한 GE의 화려한 성공 여정과, 그를 위한 잭 웰치의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잭 웰치의 자서전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CEO의 자서전이 그러하듯이 개인적인 면모보다는 GE의 CEO로서의 경험과 생각, 전략을 소개하고 강조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더구나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에 경제·경영과 거리가 먼 사람은 읽어내기 어려운 듯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계 부모에게서 태어난 소도시 출신의 자신감과 치기 넘치는 열정적인 한 남자의 호쾌한 성공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화가 되기 충분하며, '미국에서 가장 무자비한 경영자'라 불렸던 사람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도덕성'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한다는 점, 오로지 능력만이 직원평가의 전부가 되도록 만들었던 사람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이 아닌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점 등은 일면 모순되어 보이면서도 논리성과 설득력을 갖추고 있어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매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고 경이로웠던 것은, GE의 CEO 승계과정이었다. 20년 전 잭 웰치 때도 그러했고, 2001년 제프 이멜트를 후계자로 선정할 때도 GE의 CEO 승계과정은 몇 년에 걸쳐서 엄격하고 철저하며 공정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오로지 투표에만 의존하는 선거와는 달리 선택은 현재의 CEO가 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잭 웰치의 눈으로 보여진 바로는 후보자 선정에서부터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공정하고 합리적이었으며, 그 결과 '최고의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광경이기에 더욱 경이로워 보였는지 모른다. 단 한 가지, 잭 웰치나 제프 이멜트나 모두 '백인'이고 '남자'라는, 너무도 현실적인 점에 대한 아쉬움만 제외한다면.

CEO를 꿈꾸는 사람, 특히 경영학도라면 한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고, 약간 두꺼운 책의 분량과 다소 산만한 구성, 너무도 많이 등장하는 비즈니스맨들의 이름과 인수·합병할 때마다 숱하게 등장하는 회사명에 질리지만 않는다면 굳이 경영학도가 아니더라도 읽어봄직한 책이다. 그리고 물론, 구조조정을 그저 인건비 줄이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무지한' 경영자들은 반드시 필독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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