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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말로만 들었던 오세영의 '부자의 그림 일기'를 이제야 읽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만화에 살다'에 소개된 오세영에 관한 이야기가 꽤 인상깊어서 그동안 읽기를 미뤄왔던 이 책을 이제서야 읽었다. 따로 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서 그림 연습을 했다는 오세영의 집념이 대단했고 실제로 이 책의 그림은 다른 만화와는 달리 섬세했다. 오세영의 단편 만화들을 엮은 것인데 내용은 둘째치고 그림이 섬세해서 마치 내가 그 실제 상황에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옛날에 그렸던 만화들을 엮어서 그런지 20대인 내가 공감하기엔 좀 거리가 먼 소재들(빨치산, 광주사태 등)이 있었고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부자의 그림 일기'는 생각했던 것보다 그렇게 감동적이질 못했다. 가난한 집 아이의 이야기라는 소재가 흔해서인지 뭐 다른 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도 지금 보기엔 별로 신선하지 못하고...오히려 '복덕방' 이나 '할아버지의 소가죽 쌈지'가 재미있었고 내가 제3자가 되어 몰래 지켜본 듯한 느낌을 줬던 이농현상을 소재로 한 첫번째 이야기 '고샅을 지키는 아이'가 눈물겨웠다.
만화를 통해서 현실을 벗어나 꿈같은 세상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지 않길 바란다. 이 책은 잔인하고 궁상맞을 정도로 현실을 그대로 그렸기 때문에 읽는 동안 즐겁다기보다는 조금은 우울할 정도다. 만약 오세영이 요즘 현실을 그린다면 어떤 문제를 소재로 삼아 그릴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