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베르너 풀트 지음, 김지선 옮김 / 시공사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 때 클래식 음악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 오빠가 학교에서 배웠다면서 갑자기 파가니니라는 음악가에 대해서 이야기해줬다. 얼굴도 이상하게 생겼고 바이올린을 기가 막히게 연주해서 악마라고 소문이 났었다고...감옥에 갇혔는데 줄 하나 남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었다고.. '줄 하나로 연주가 가능해?' '그 사람은 그렇게 했었대. 그러니깐 천재지..' 대학교 때 학교 앞 레코드점에서 가을이 되면 자주 틀어줬던 모세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드라마 모래시계의 '혜린 테마'로 쓰였던 소나타,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면서 꼭 연주해고 보고 싶었던 협주곡 1번 3악장...나는 파가니니의 음악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대개 음악가에 대한 책은 어렵다. 음악 이론에 대해선 거의 백치 수준인 나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가들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읽는 게 버거울 때가 있었다. 가끔 이해 못할 용어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뛰어난 연주 실력과 어둡고 기묘하게 생겼던 모습 때문에 악마와 결탁했다는 소문, 그 소문에 대한 반응,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그의 연주 실력, 그의 사랑과 인기, 우울했던 어린 시절 등이 비교적 쉽게 전개된다.

제목이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인데 그는 과연 악마와 손잡았을까?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발상이지만 그 당시엔 파가니니의 파격적이며 놀라운 연주 실력때문이 이런 소문이 났었고 실제로 믿는 사람도 많았다 한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본 아버지에 의해서 지겨울만큼 연습을 해야 했던 파가니니는 남들보다 기량이 뛰어날 수 밖에 없었으리라. 훗날 왜 연습을 하지 않냐는 질문에 '연습은 이미 할만큼 했다' 라고 슬프게 말했다던 파가니니에게 어린 시절은 온통 바이올린 연습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나밖에 아들의 장래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약한 몸을 이끌면서 연주여행을 다녔다는 내용이 여러번 나오는데 연주 실력은 악마일지 몰라도 아들에 대한 그의 눈물겨운 사랑을 보면 그도 마음 약한 인간이었다.

이 책엔 파가니니의 초상화가 많이 나오는데 그만큼 그 당시에 파가니니는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모습이 담긴 과자가 나오고 그가 묵은 호텔 앞엔 사람들이 진을 치고 귀족들은 온갖 선물을 보냈으며 그의 연주회장에서는 기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니 요즘 그 어떤 연예인보다도 인기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파가니니 음악을 좋아하고 그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삶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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