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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신드롬
제임스 트위첼 지음, 최기철 옮김 / 미래의창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는 외제 물건을 소위 '명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국어사전을 보면 '명품'은 '뛰어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지 결코 값비싼 물건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소위 '명품'을 '사치품'이라고 표현해 놓은 거다. 샤넬, 구찌 제품들이 값비싸고 사치스러운 물건이지 반드시 질이 좋고 우수한 제품은 아니라는 거다.
이 책을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갖가지 '사치품'들이 등장한다. 몸을 치장하는 제품부터 자동차, 호텔, 목욕용품까지 그 분야에서는 가장 값나가고 화려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이름들이 쭉 등장한다. 그래서 처음엔 오히려 이 책이 몰랐던 것들을 알려주면서 사치를 조장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저자는 '사치품'에 대해서 비판도 옹호도 하지 않는다. 광고 속에 숨어 있는 대중을 유혹하는 내용도 알려주면서 자신도 값나가는 물건 앞에서 잠시 휘청거렸던 순간이 있었다는 걸 '스탕달 신드롬'과 비교하면서 고백(?)하기도 했다.
물론 질이 좋아서 오래오래 쓸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이 된다면 돈을 좀 더 주고서라도 사는게 오히려 경제적일 때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들이 '사치품'을 상대를 평가하는 도구로 생각하거나 맹목적으로 숭배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상표명들이 튀어나와 처음엔 좀 복잡하겠지만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뜯어고치고자하는 계몽서는 아니지만 읽다보면 '사치품'을 좋아하는 요즘 분위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