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환타지 소설을 비롯해서 가상 소설이 많이 등장하는 거 같다. '~~~~이라면 '이라는 가정아래...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는 대단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요즘 쓰여진 작품이라면 뭐 새로울 게 없겠지만 거의 15년 전쯤에 쓰여진 작품으로 지금 읽어도 낡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오히려 신선할 정도이다.우리나라가 일본의 지배하에 놓이게 된다면... 바로 이 책의 가정이다. 당연히 언어도 없어지고, 문화재도 없어진다. 일본어가 국어다. 반도인(한국인)들은 내지인(일본인)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차별대우를 받는다. 반도인 여자들은 내지인 남자와 결혼하는 게 꿈이다.주인공 히데요는 반도인이며 평범한 회사원이면서 시인이다. 시인에게는 언어가 생명인데...그런 히데요는 어느 날 우연히 조선어와 조선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충격!!! 조심스럽게 조선어와 역사에 대해서 공부해 나가다가 결국 사상범을 붙잡히고, 자신의 가정을 파탄을 낸 일본인 소좌를 죽이고 길을 떠난다. 임시정부가 있었다던 상해를 향해...처음에는 뭔가 심상치 않은 게 나올 거 같아 잔뜩 긴장하면서 읽었는데, 비교적 줄거리는 간단했다. 그래도 작가의 입담이 좋았고, 간간힌 나오는 시를 읽는 재미도 좋았다.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처음에는 속도가 느리고 이야기가 장황하게 이어져서 큰 사건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히데요가 조선어와 역사를 알고 충격 받는 부분도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서 어색한 느낌을 줬다. 그리고 일본인 소좌를 죽이고 상해로 향해 떠나는 모습이 부자연스럽고 소설을 얼른 마무리 지으려는 느낌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