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02
제롬 카린 지음 / 시공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처음으로 헤밍웨이의 작품을 접한 건,중학교 때였고
그 때 읽은 책이 '무기여 잘 있거라'였다.
중고등학생용으로 나온 책이라서 쉽게 읽을 수 있었지만
원작의 깊은 맛을 아마 느끼지 못했던 거 같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이 나는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다.
여자 주인공인 캐서린이 애를 낳다가 죽은 후, 남자(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는다.)가 병실의 불을 끄고 비를 맞으며
병원을 나서면서 끝이 난다.
꽤 슬픈 장면인 거 같은데, 문체가 너무나 간결하고 깔끔했다.
남 얘기 하듯이 담담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 슬프게 느껴졌다.
나중에 대학생이 된 후 알게 됐는데, 헤밍웨이의 문체는
일명 '하드 보일드'라 하며, 간결하며 되도록이면 미사어구를
쓰지 않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난 헤밍웨이 성격 역시 침착하고 조금은 차가울 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본 헤밍웨이는 영화같은 삶을 살았다.
우선 외모부터가 영화배우 뺨치게 생겼다.
시공사 시리즈 좋은 점은 사진자료가 많다는 건데,
이 책에 보면 헤밍웨이의 어릴적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사진이
다양하게 나와있는데,
젊었을 적에는 젊은 대로, 나이들어서는 나이든대로의 매력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얼굴 뿐만 아니라 생활자체도 영화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드 보일드'문체가 주는 분위기과는 달리 헤밍웨이는 열정적인 사람이었던 거 같다.
낚시, 사냥을 좋아하고 투우에도 관심이 있었고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결혼도 4번씩이나 하고(내가 제대로 횟수를 세었다면)
나이가 들었음에도 한때 스무살도 안 된 젊은 여자한테 연정을 품을 정도로 정열적이었다.

그리고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하고 병들고 늙은 자신에 대해
허탈함을 느끼고 권총자살을 한다.
그의 화려한 삶에 비해 말년이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졌지만
자살 역시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있는 작가로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으며,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거머쥐면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꽤 정열적인 삶을 살아간 그 역시 쓸쓸했었나보다.
그는 노벨상 심사위원회에 다음과 같은
당선 소감을 써냈다고 한다.
'쓴다는 것, 그것은 최고로 고독한 삶이다... 작가는 고독 속에서 작품을 완성하며, 그리고 훌륭한 작가라면 날마다 영원성이나 영원성의 부재와 맞서 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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