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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에 한 친구가 이 책이 신간으로 나오자마자 먼저 읽고는 나에게 추천해줬던 책이다.
여기 나오는 사람들 보니까 수현이 너가 생각나더라며...
근데 백화점 쇼핑 갔다가 1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ㅠㅠ
그래서 한동안 이 책에 대해서 잊고 지냈었는데
병원내 도서관에 꽂혀있는걸 발견하고는 이제야 읽었다.
친구가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이 났더라는게 알고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랬나보다.
이 책에 나오는 일제치하 당시의 시대상과 제도는 사실을 바탕으로 썼으나
실존했던 인물의 성격과 행동은 허구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그 실존했던 인물이자 주인공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윤동주.
기존에 이정명 작가님이 썼던 <바람의 화원>이나 <뿌리 깊은 나무>가 팩트보다 픽션에 가까웠다면
요번 소설은 픽션보다는 팩트가 많았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그대로 인용한 것,
그가 창씨개명을 한 뒤에 죄책감을 느꼈다는 것,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후쿠오카 형무소에 투옥되었다는 것,
투옥 중 일본의 생체실험 대상자가 되어 해방을 6개월 남기고 목숨을 잃었다는 것.
이 모두가 사실이니 말이다.
국어시간에 윤동주에 대해서 꽤 관심이 있었던 덕분에 그의 일화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 소설을 읽었던터라
끝내는 소설의 마지막이 해피엔딩이 아닐거라는 생각에 책을 읽는내내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끝내는 소설의 말미가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결말지어졌다.
그 안타까움이란...ㅜㅜ
일제식민지를 겪으며 살아간 우리나라의 모든 조상들도,
유망한 한 젊은이의 죽음도,
우리말.우리글이 있는데도 사용할 수 없는 암울한 시대였다는 상황도 모두...
온통 안타까움 뿐이다...
윤동주 시인은 그러한 시대를 살았기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는데,
지금 우리는 얼마나 축복 속의 삶을 살고 있는것인가...!
우리말, 우리글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이 소설 참 맘에 든다^^ 잃어버린 1권도 다시 구입해서 내 방 책꽂이에 꽂아둬야지♡
분야별, 주제별로 책들을 정리하고 인기 있는 책을 매대 앞쪽에 진열하면
한 권 한 권의 책은 하나 하나의 세상이 되었다.
문장으로 이루어진 각각의 세계는 내가 관장하는 질서에 따라 차곡차곡 서가에 꽂혔다.
........
언제부터인가 나는 냄새만으로도 책의 나이를 알았고,
목차를 훑기만 해도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껍질의 빛깔과 감촉만으로도 과육의 성숙도와 당도를 알아차라리는 농부처럼.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람들의 표정만 보아도 그 영혼의 문양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이 꿈꾸는 책을 건넸지만 가끔은 그들이 원하는 책을 건네지 않기도 했다.
아무에게도 넘겨주고 싶지 않은 책들.
영원히 나의 것으로 간직하고 싶었던 책들 <<말테의 수기>>, 컬러판<<고흐 화집>>,<<노트르담의 꼽추>>...
실망한 눈빛으로 돌아서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가책과 함께
사랑하는 책을 나의 것으로 지켜낸 짜릿한 안도감을 느꼈다.
어머니는 외롭고 나는 슬펐지만 우린 불행하지는 않았다.
책으로 지은 성채는 모든 것으로부터 보호되는 절대적 안전지대였고 피난처였다.
그리고 만주의 전쟁터 속으로 걸어 들어간 아버지가 우리들에게 남긴 목숨 값이었다.
그 사실을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알았다.
그것을 영원히 몰랐다면 좀 덜 슬프고, 덜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너무 늦게 오거나, 아니면 너무 빨리 온다.
우리는 언제나 너무 빨리 만난 사랑 때문에,
너무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 때문에,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진실 때문에 아파한다.
거대한 것들은 우리 자신도 모르게 다가온다.
우리가 자전하는 지구의 굉음을 듣지 못하는 것처럼.
"책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고 죽어갈까?"
한 권의 책은 누군가의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간다.
낱말과 조사와 구두점이 모인 문장은 누군가에게 읽히는 순간 삶을 시작한다.
책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헌책방과 도서관으로 긴 여행을 한다.
누군가의 가슴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고 거대한 우듬지를 이루는 동안 책장은 찢어지고 표지는 낡고 글자들은 바랜다.
그리고 어느 날 먼지와 어둠속에서 숨을 거두지만 그 영혼은 우리 가슴속에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책은 죽지 않는다.
저 별빛들은 우리가 세상에 오기 훨씬 전의 별들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 중에는 수만 년 전에 사라져 버린 별빛도 있고,
수십만 년 전에 사라진 공룡들이 바라보던 순간의 별빛도 있습니다.
수백만 년 전에 사라진 별이 쏘아 보낸 빛이 지금 우리의 눈을 시리게 하는 거죠.
그는 별이 되어 사라졌지만 그의 시는 저 별처럼 오래오래 빛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그의 영혼이 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의 영혼은 나보다 오래 살 것이고 어쩌면 영원히 죽지 않을 테니까요.
***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