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형제 1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17년 5월
평점 :
내가 위화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던 작품은 <허삼관 매혈기>를 통해서였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아버지 이야기인데, 슬픔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그의 필력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잔뜩 기대에 부풀어 이번에는 <형제>라는 작품을 읽어보았다.
주인공 형제는 아버지도
다르고 어머니도 서로 다른 '이광두'와 '송강'이다.
'이광두'는 '이란'의 아들인데, 과거 이광두의 아버지는 화장실에서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가 똥통에 빠져 죽었고,
그 때 똥통 속으로 들어가서 시신을 건져 이광두의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 '송범평'이라는 인물의 아들이 바로 '송강'이다.
이란의
남편이 똥통에 빠져 죽고. 송범평의 부인이 병들어 죽자 이란과 송범평은 재혼을 하게 됨으로써 이광두와 송강은 형제가 된다.
행복한 네식구
생활도 잠시......
중국은 문화대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게되면서 지주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송범평은 대중들에게 짓밟혀 맞아 죽게 되고,
슬픔에 빠진 이란은 아이들을 돌보다가 병들어 죽게 되면서 고아가 된 이광두와 송강은 더욱더 굳건한 형제애를 과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임홍'이라는 어여쁜 여인과의 삼각관계로 인해 두 형제 사이는 금이 가게 되고,
그 즈음 중국은 경제성장기를 맞이하여 이광두는 일생일대의 행운으로 벼락부자가 되고, 송강은 하루 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해버린다.
2권
p. 423
인간
세상이라나 이렇다.
한
사람은 죽음으로 향하면서도 저녁노을이 비추는 생활을 그리워하고,
다른 두
사람은 향락을 추구하지만 석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지 못한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근현대 중국사의 급변하는 40년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1960년대 사회주의 문화대혁명 시대부터 2000년대 자본주의 대개방 시대의 모습까지.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고, 또 사회가 얼마나 많이 변화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간 대표적인 두 형제의 대조되는 삶을 통해 우리 삶의 거대한 간극을 보여주었다.
어제의 형제가 오늘의 남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거지가 오늘의 부자가 될 수도 있으며, 어제의 삶이 오늘의 죽음이 될 수도 있다.
뒤집히고 되집히는 운명의 교차점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었다.
두 권 합해서 약 950페이지 가량 되는 분량임에도 단숨에 읽을 수 있었을만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1권은 가족 이야기로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슬퍼서 자기전에 읽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먹먹했었는데
2권으로 접어들면서 이야기가 약간 퇴폐적(?) 이라고 까지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움이 남았다.
이야기가 산으로 간 느낌...
그 당시의 문란했던 성문화를 이야기하고자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이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1권처럼 사회의 변화나 시대상의 흐름에 더 초점을 맞췄더라면 좋았을 텐데...
위화의 다른 작품이 너무 좋아서 기대에는 약간 못미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나는 그가 좋고,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읽을 것이다.
1권
p. 329
엄마,
안심하세요.
밥이 한
공기 남으면 꼭 광두 먹일게요.
옷이
한 벌 남으면 꼭 광두 입힐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