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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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이 아니어도 전자책을 통해 책을 읽을 수 있고, 서점이 아니어도 인터넷을 통해 책을 구입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 아직도 종이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그 비밀을 알고 싶어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찾아다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방문한 세계 여러 서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20곳을 엄선하여 이 한 권에 책을 엮어 그 비밀을 풀어준다.
책은 서점 한 곳당 6~10페이지 가량을 할당하여 소개해주는데 그중 글은 고작 1페이지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그곳의 서점 안과 밖을 직접 찍은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서점 2~3곳을 구경한 뒤에는 유명한 건축가, 에세이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 디렉터 등이 칼럼이나 인터뷰 형식으로 책과 서점이 우리의 삶에 어떤 존재로 빛나고 있는지 충분히 공감을 살만한 내용들을 적어 놓았다.
 



하나하나의 서점마다 장소도, 이름도 다르듯이 그에 얽힌 사연들 또한 모두 다르다.
처음부터 책을 팔겠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 그저 책을 보는 조건으로 글을 쓸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가 서점으로 자리 잡은 곳도 있었고, 레스토랑과 서점을 겸비한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어져 지금은 허기를 달래면서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서점도 있었다.  또한 원래는 기차역이었던 곳을 개조하여 넓은 공간을 서점으로 활용한 곳도 있었고, 자신의 집에 더 이상 책 놓을 공간이 없자 앞뜰에 책장을 빼내어 책을 팔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완전한 서점으로 누계 100만 권 이상을 보유했었다는 사연도 있었으며, 남자친구와 유럽여행을 왔다가 가지고 온 책들을 모조리 다 읽어버리는 바람에 우연히 헌책방을 찾았는데 이곳이야말로 자신이 있을 곳이라는 확신이 들어 남자친구가 귀국한 후에도 자신은 홀로 남아 계속 일하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현재의 서점 주인이 되었다는 사연 등등...
  

 

 
그러나 이러한 서점에 얽힌 사연들은 달라도 이 서점을 운영하는 서점 주인들의 모습에선 모두 똑같은 공통점이 느껴졌다.
단지 책을 팔아 이윤을 남기고자 하는 서점 주인의 모습이라든지 처음부터 무엇인가를 팔기 위해 점포 형태로 지은 서점의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무리 책을 사랑하는 서점 주인이라 할지라도 어쩔 수 없이 이윤이 남아야 하는 장사이므로 큰 서점의 경우는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아야만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책에서 소개한 서점들은 하나같이 그 크기가 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심가에서 멀리 떨어진 외곽에 자리 잡고서 (인터뷰가 조금은 미화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윤을 남기기 위한 장사치의 모습보다는 정말로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운영하는 현실을 행복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오랫동안 전통 있는 서점을 운영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의 발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기를 읽고 나서 내 주변 서점을 한번 떠올려보게 되었다.
분명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동네 구석구석, 학교 앞은 어디라도 작은 서점이나 헌책방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는데
지금은 동네 서점은커녕 시내 중심가에 자리 잡은 대형서점조차도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다.
현재 사라진 서점 중 가장 아쉬웠던 기억은 부산에서 가장 중심가이자, 가장 큰 서점으로 자리 잡고 있던 서면 동보서적이 2010년 가을 무렵 문을 닫았을 때로 기억된다. 그곳은 내가 서면을 혼자 찾아가기 시작했던 중학생 때부터 항상 애용해오던 곳으로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서면에서 만나자는 약속은 서면 동보서적에서 만나자는 말과 같았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던 추억의 장소였던 것이다.
내가 인터넷 서점을 주로 이용하게 된 시점도 바로 이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인터넷 서점의 편리함도 있지만 오프라인 서점에서만 느낄수 있는 장점을 따라올 수는 없다.
온라인 서점에 접속해서 보게 되는 출판사의 다소 과장된 책 소개와 나와 취향이 다를지도 모르는 어느 독자의 후기만을 보고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서점과 달리 오프라인 서점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보고 고른 책은 대부분 실망하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오프라인 서점 진열대에 꽂힌 수많은 책들을 구경하는 기쁨, 수많은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직접 골라 그 책을 사는 기쁨, 그 책을 들고 집으로 가는 동안 얼른 집에 도착해서 넘겨보고 싶어 빨리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기분 좋은 조바심, 지금 읽고 싶은 이 책을 택배로 기다리지 않아도 오늘 당장 읽을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서점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인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은 장점과 추억을 간직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서점의 수는 줄어도 서점과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서점에 꼭 한번 들러서 저자가 느낀점들을 다시 한번 깊이 공감해보고 싶다.
  

 

p.42

책은 물체로서 손에 쥘 수 있는 것으로 물리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계는 있지만, 다시 책을 펼쳐 들면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펼쳐지는 특성에 사람들은 매혹되고 만다. 그 한 권에 실려 있을 그 무언가에 대한 일종의 구체적인 기대감 때문에 사람들은 책을 찾는다. 시간적인 면에서 생각해 보자.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사는 독자는 책 안에 흐르는 무한한 시간 속으로 자신이 해방되는 감동을 맛볼 것이다. 실제로 책장을 펼쳐 읽다 보면 자신의 인생이 정말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농밀한 시간이 그 속에 흐르고 있다. 그 간극, 유한과 무한히 양립하는 그 부분이 바로 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p.56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테마는 반드시 어느 책의 한 페이지에 실려 있으며, 그것이 서점을 아름답게 한다. 

 

p.76

서점에서는 아무리 긴 시간 이 책 저 책을 봐가며 골라도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게다가 도서관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 내 손으로 고른 책이 내 소유물이 된다는 점이었다.

책을 빌리는 것과 책을 사는 것. 이 두 가지는 전지의 N 극과 S 극만큼이나 다르다. 당연한 말이지만 빌린 책은 아무리 그 책이 좋다 한들 반드시 돌려주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산 책은 확실하게 내 것으로 남는다. 그것도 영원히. 손을 뻗으면 좋아하는 책이 늘 곁에 있는 게 무엇보다 좋았던 나에게 그것은 결정적인 차이이자 동시에 즐거움이었다.

 

p.155

서점이란, 수명이 긴 꽃을 취급하는 꽃집이다.

 

p.157

전자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오히려 서점을 찾는 사람 역시 증가하리라 생각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독서란 장소의 경험과 깊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소의 경험은 색, 냄새, 촉감처럼 책 특유의 분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집으로 배달되는 꽃 역시 기쁘겠지만, 그 꽃이 어떤 색채 안에서 지냈는지는 가보지 않으면 모른다. 사람보다도 오래 사는 책이 모여 있는 그 장소에도 우연한 만남이 있다.

그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것이 책과 서점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해피니스, 보누르, 행복이라고 한다.

 

p.187

책이 많으면 기분이 좋은 건 왜일까? 데이터는 물질이 아닌 상태로 보존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이 왜 종이책을 좋아하느냐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 봐야 노스탤지어에 불과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엄청난 양의 정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테크놀로지의 위력을 알면 알수록 물질로 존재하는 서적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서점이 인터넷으로 전자책이나 파는 방식으로 바뀌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데이터라면 굳이 서적의 형식을 빌릴 필요가 없을 테니 편집된 정보의 형태나 그 유통은 독자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종이책이야말로 '책'이다. 비록 그 수는 줄겠지만, 책을 가득 실은 서점은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도서관은 엄청난 장서를 보유하며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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