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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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 후기 영조 ~ 정조 시대를 거치는 동안 비운의 삶을 살았던 사도세자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이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인조반정을 시작으로 삼종의 혈맥이라 일컫는 효종-현종-숙종, 그리고 경종을 거쳐

영조-정조-순조까지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 이 책이 쓰인 목적이자 조선 후기 역사상 최대 비극이라 하는 사도세자 사건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영조 38년, 그의 아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을 말한다.
영조는 이 죽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나경언의 고변서를 비롯한 대부분의 역사기록을 없애고,

누구의 입을 통해서든 사도세자에 대한 언급은 금기해버렸다.
그렇게 묻혀버린 사도세자 사건은, 훗날 사도세자의 부인이었던 혜경궁 홍씨에 의해 쓰인 <한중록>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혜경궁 홍씨는 그 책을 통해 감정 기복이 심한 영조는 성격 파탄자였고,
사도세자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기에 부자 사이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중록>의 내용이 치열한 당쟁 속에서 친정 가문을 살리기 위한 포장을 목적으로 쓰인 책이었다면,
그리고 <한중록>을 쓴 혜경궁 홍씨가 중립의 위치에 있었던 자가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가해자 편에 서 있었던 자라고 한다면,
<한중록>에 쓰인 사도세자 사건에 대한 해석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쉬운 예를 들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쓴 일기의 내용과 피해자가 쓴 일기의 내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패자는 몰살당하거나, 패자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그들이 설자리는 없다.
따라서 역사에 남을 수 있는 것은 승리한 입장에서 쓰인 사실뿐인 것이다.
그러나 누가 승자인지, 패자인지는 양쪽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또 많은 시간이 흘러 그 사건의 의의를 다시 되짚어 보아 야만 그것을 가늠할 수 있으므로
한쪽에서 하는 말만 듣고서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여부는 섣불리 판별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출발점에서 이덕일 선생님이 약 15년 전, 사도세자 사건에 대하여 <영조실록>과 <정조실록>,

그리고 <어제장현대왕지문>과 같은 정사를 토대로 <한중록>에 반박하는 <사도세자의 고백>이라는 책을 펴냈다는 사실은 역사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참으로 반갑고 값어치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사도세자의 고백>을 통해 사도세자는 정신병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성군의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었으며,
무엇보다도 무인의 자질을 타고난 진취적인 제왕이었음을 밝혀냈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사도세자의 사건이 진실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조차 품을 새도 없이 그냥 듣고 흘려버렸을 일반인들에게 이덕일 선생님의 주장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사도세자의 고백>이 <사도세자가 꿈꾼나라>라는 제목으로 개정되어 출간된 것만 보아도처 음 책이 나오고 전문 역사학자들 사이에 얼마나 많은 논란과 여론이 들끓었을지는 전작을 읽어보지 않은 나 같은 독자들도 후작의 서문만 보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이덕일 선생님이 쓴 역사가 다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통설에서 벗어나 소수의 약자 입장에서 바라본 역사적 사실을 주장하는 용기 있는 사학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 의미 있는 일이기에 그를 계속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나 역시 그랬고, 요즘 학생들은 역사가 재밌다는 이유만으로 대학입시에서 사학과를 선택하지 않는다.
전망 좋고, 취업률 높은 학과를 선택할 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학과는 점점 자리가 좁아져가고, 노론 후예 역사학자들만이 살아남은 현시점에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젊은층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잡아먹고 있는 중국 사학자들과 맞설 인재는 더더욱 부족한 우리의 현실 속에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료 비판을 하고, 재해석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책의 제목 그대로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는 어떤 나라였을지를 생각해보았다.

사도세자가 죽지 않고 왕이 되었다 한들 그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노론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소수파인 소론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알며,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진취적인 인물이었음은 밝혀졌다.

즉, 그가 꿈꾼 나라는 분명 노론이 잔재해 있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조선 왕이 되었더라면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있었을까...

그가 죽은 지 250년이 지났지만, 역사상 그의 죽음은 앞으로도 여전히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다.

 

 

 

 

*** 낭만다람쥐의♥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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