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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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저녁약속이 생겨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더위를 피하러 서점에 들렀다가

작고 이쁜 보랏빛깔 책이 눈에 띄어서 집어들었다.

철학서에 관심이 없어서 내가 잘 몰랐던거지, 알고보니 작년 베스트셀러였다고 한다.

<긍정의 힘>이라든지, <꿈꾸는 다락방>,<시크릿> 등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만이 잘될거라는 기존 타이틀과는 달리,

<피로사회>라는 제목부터 신선한데다,

저자가 제시한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현대사회를 진단한 책의 소재가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구매했는데

철학서치고는 꽤 잘 읽힌다.

 

 

 

 

저자는

과거 20세기까지가 '~해야한다' 혹은 '~하지말아야 한다' (MUST) 라고 말하는 규율사회(=부정의 사회)였다면,

지금 21세기는 '~할수있다' 혹은 '~하면된다' (CAN) 라고 말하는 성과사회(=긍정의 사회)가 되었다고 진단내린다.

규율사회를 살았던 과거는 타인으로부터 착취를 당하는 삶을 살았기에 잘못된 부분은 바꾸려고 노력하게 되는 반면에,

성과사회를 살아가는 현대는 스스로에 의한 착취가 이루어지므로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바뀌려고 노력하지 않아 더 위험하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에 빠진 현대사회는 무조건적인 긍정의 힘을 외치며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도록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됨으로써 우울증과 같은 신경증적 질병에 시달리고, 그래서 현대사회는 피로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병든 현대 피로사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에 대한 처방으로 '깊은 심심함','사색', '관조' 등에 관한 삶을 제안한다.

요즘 인문학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인문학서적을 읽는 것만큼이나 인문학서적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의 저자도 이런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늘 성과를 강요받는 현대사회는 너무도 분주하여 자아를 돌볼 시간이 없으므로,

머뭇거리고,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자아를 돌아봄으로써 병든 피로사회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껏 나 또한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우리의 삶을 더 이롭게한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긍정도 좋지만, 과도한 긍정은 오히려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무리 좋은것일지라도 넘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만약 자신이 무조건적인 긍정을 외치는 성과위주의 삶에 지쳐있다고 판단된다면,

지금부터는 이 책의 처방대로 잠시의 심심함을 느껴보는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무언가를 반드시 해야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사색 시간을 가져보고,

출퇴근길이나 화장실에 갈때, 잠자리에 들기전에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잠시 머뭇거리는 시간,

사색하는 시간,

그리고 깊은 심심함을 느껴보는 시간을 조금씩이라도 가져본다면 우리의 삶은 조금이나마 덜 피로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낭만 다람쥐의♥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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