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1 : 국내편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약 한달 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님이 3년만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신작을 내놓았다.
사전예약만으로도 이미 50만부를 판매한데 이어, 발간 6일만에 100만부를 기록했다는 NHK 뉴스를 접할때마다

 난 다른 책을 읽지 못하고
'나도 하루키님 책 읽고 싶다..', '일본어 공부 쫌 빡세게 해둘걸..', '한국어판은 대체 언제쯤..?'
이란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하루키님을 잊고 무언가 오랫동안 빠져들 수 있는 시리즈물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이 바로 <퇴마록>이다.

 

<퇴마록>은 내가 중학생땐가 엄청난 붐이었던 책인데
책의 앞부분부터 언급되는 죽음, 시체를 보관하는 관, 영적인 부름 등의 소재에 겁을 먹고 아예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다.
워낙 어렸을 적 귀신겁이 많아서 공포소설이나 공포영화는 일체 보지 않는 나이기에
<퇴마록>은 그렇게 나에게 무서운 소설로 각인된 책이었었는데,
공포소설이 아닌 판타지소설인줄 알았더라면 진작 읽었을텐데 왜 그땐 무섭게만 느껴졌었는지 모르겠다.

  

 

 

 

퇴마록은 원래 총 4부 19권이었으나, 현재 개정판으로 총 4부 14권으로 구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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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퇴마록 - 국내편 (전2권).

 

 

 

원래 직업이 의사였으나 친구의 딸 미라의 죽음을 겪은 뒤, 퇴마의 길을 걷게 된 파문된 박 신부.
물귀신에 의해 여동생 현아를 잃은 뒤 복수를 꿈꾸며 수련을 하던 중 우연히 박 신부를 만나 함께 퇴마의 길을 걷게 된 현암.
해동밀교의 후계자로 키워지는 동안 얻은 능력으로 도움을 주게 된 준후.

애염명왕의 현신 승희.

이렇게 국내편은 4명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모이고 됐고,
왜 그들이 퇴마의 길을 걷게 되는지를 보여주면서 국내에서 일어나는 퇴마의 여정을 보여준다.



"자네도 같이 갈 텐가?"
현암이 씩 웃었다. 싸늘한 첫인상과 어울리지 않게 시원한 웃음이었다.
"저 같은 놈을 뭐에 쓰시려고요."
"쓰려고 그러는 게 아닐세. 그냥.....같이 가자는 거지."
현암은 조용히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요. 그냥 가는 겁니까."
그러다가 현암은 억지로 띄운 것이 분명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퇴마행(退魔行).....마를 물리치러 가는 걸세"
"뭘 물리친다고요? 그걸 물리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어디든 가는거지."
현암은 정색했다.
"그러면 오늘 같은 일을 막을 수 있는 겁니까?"
박 신부는 조용히,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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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퇴마록 -  세계편 (전3권)

 

 


퇴마사 일행은 국내의 무대에서 세계로 옮겨다니며 블랙서클이라는 음모조직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

국내편이 말그대로 국내에서 일어난 일들을 여러개의 옴니버스식 이야기로 엮어놓은 단편소설이었다면
세계편은 그 무대가 영국, 루마니아, 캐나다, 미국, 아프리카 등으로 넓어지면서 몇개의 단편이 섞여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큰 이야기로 사건의 대부분이 이어진다.
그리고 4명의 주인공 외에 연희, 백호, 윌리엄스 신부, 이반 교수 등도 합류하게 된다.


검은 어느 때 써야 하는가?
"벨 때 써야 합니다."
힘을 기르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가?
"약한 자를 위함입니다."
명예와 영광과 생명 중 무엇이 중요한가?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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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퇴마록 -  혼세편 (전4권)

 

 

  

국내편과 세계편이 단순히 귀신을 쫓는 내용이었다면
혼세편부터는 인류의 퇴마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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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퇴마록 -  말세편 (전5권)
 

 

 

홍수사건 이후 세상 사람들에게 죽은 것으로 알려진채 은신하던 퇴마사 일행이

다시 한번 세상을 위해 힘쓰기 위해서,다시 한번 인간의 부름에 응하기 위해서 움직인다.
그들이 다시 세상에 나타난 이유는 말세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말세가 다가오자 전 세계의 수많은 비밀집단들이 각기 다른 그들의 목적에 따라

적그리스도(징벌자)의 탄생을 막아 말세가 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집단과

적그리스도(징벌자)를 지켜 말세가 오기를 바라는 집단으로 나뉜다.

말세라는 단어가 어감이 좋지 않아서 언뜻보기엔 말세를 막는 집단이 선이고, 말세를 도래키는 집단이 악인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말세가 오면 자신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말세를 막으려 하는 이유도 있고,

신의 순리에 따라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지키고자 말세가 오기를 갈망하는 이유도 있기에

어느쪽이 선이고 어느쪽이 악이라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퇴마사 일행은 말세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그렇다고해서 적그리스도라는 이유만으로 어린 생명을 태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는 판단하에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그리하여 여러 집단과 대립하다가 마지막엔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깨닫게 되면서 세상은 또 한번 종말의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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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사건-위기-해결이라는 비슷비슷한 상황설정과 결말에 시시함과 지루함을 느꼈었다.

아직 국내편 2권밖에 읽지 않았는데 한꺼번에 14권을 주문해 버린게 조금 후회될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세계편, 혼세편은 옴니버스식의 구조에서 벗어나 기존 내용과 연결되면서 장편 소설같은 느낌을 주어서 좀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눈이 너무 아파서 2주정도 컴퓨터와 책을 멀리하고 지내다가 마지막 말세편을 집어들었는데

앞에 쓴 작가와 같은 작가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의 스토리와 스케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내용일거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마지막에 준후가 울부짖는 대사에 나도 따라 눈물이 났을 정도였다.

 

<퇴마록>은 단순히 악을 물리치는 내용만을 담고 있지 않았다.
하나하나의 사건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갈등, 인간과 인간 사이의 고통과 갈등,
그리고 나아가 사회, 역사, 종교의 부조리와 폐단을 밝혀준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희생한채 오로지 타인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헌신하는 4명의 주인공들을 통해서도 배울점이 많았다.

 

비록 퇴마사의 일행은 또다시 종적을 감추었지만

어디에선가 또다시 세상이 원할 때면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퇴마록 외전>은 아직 구입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다시 생각날 때, 추억을 곱씹듯이 읽어보아야겠다.

 

 

 

*** 낭만다람쥐의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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