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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책 읽어 드립니다 - 세상의 모든 책썸 남녀를 위하여
설민석 지음 / 단꿈아이 / 2020년 5월
평점 :
어렸을 때는 소위 읽었을 때
똑똑한 느낌이 드는 책,
인문학이나 자기계발서, 소설 중에서도
약간 계몽성(!)있는 책을 꽤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그 얘기가 그 얘기 같다며
소프트한 독서에만 치중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인풋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문학 독서가 많이 부족했던 터에
전문가 자문단의 추천으로 선정한 책을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강사
설민석의 강의로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고,
패널들의 대화 속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프로그램이 참 유용했다.
29권의 책을 소개한 후 막을 내렸다는 아쉬움을
발 빠르게 출간된 책으로 달랠 수 있게 되었다.
재생지 느낌의 표지에 담긴
일러스트부터 인문학 느낌이 폴폴.
책과 함께 구성된 독서 기록 노트 속 구절
"지금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입니까?",
이처럼 독자들이 책을 읽게 하고,
또 인생 책을 찾게끔 하는게
방송 요즘 책방과 이 책의 기획의도다.
방송이나 강의를 담은 책은
강의를 그대로 정리해서 담기도 하는데,
이 책은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방송과 함께 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책 읽기 전에 잠깐 요즘 책방 다시 보다가,
주객이 전도되서 강의에 푹 빠져서 한참을 봤네.
정말이지 어려운 내용을 소화해서,
자기만의 언어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는 생각.
강의에서 지식을 얻고 나면,
지식인의 입장에서, 혹은 독자,
시청자의 입장에서 질문과 토론을 하는
패널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절로 내가 똑똑해지는 기분이 물씬.
방송에서 책 내용을 모두 소개해주면
누가 책을 읽겠냐라고 걱정할 수도 있지만,
어려워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인문학 서적들을
꼭꼭 씹어서 쉽게 소화할 수 있게 풀어주니
오히려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지식은
단연코 인문학이라고 말하는 저자 설민석.
역사학자, 역사선생님을 넘어서서
고전과 인문 교양의 대중화에 힘쓰는
'지식 큐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인문학 지식을 말랑말랑하게 풀어내준 덕분에
한동안 인문학 독서와 멀리 했던 성인들도
다시 독서를 할 수 있게 이끄는 힘.
명저 5권의 단순한 소개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딥씽킹 훈련서라는 추천사.
5권의 책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기 전에
<요즘 책방> 출연자 중 한 명인
장강명 작가와의 대담으로 시작한다.
독자들이 할 만한 궁금증을 대신 물어보는,
"설쌤, 이 책 왜 내신 거예요?"
설쌤이 똑똑해서 어려운 내용을 술술 설명하나보다,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 책을 소개하기 위해
책을 받으면 읽고, 또 읽었다고 한다.
독서에는 왕도가 없기에 설민석 또한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을 해야했고,
또 이해하기 어렵고, 힘들었던 책도 있었다는게
어쩐지 위안이라면 위안이랄까.
맛깔스러운 강의를 진행하기 위해
최소 4번의 리허설과 피드백을 하는 노력.
29권 책의 저자들을 스승으로 만났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성장했다는 것.
<요즘책방>은 조선시대 왕의 경연과도 같은
프로그램이었다고 말한다.
대신들이 왕에게 유교 경전이나 역사서를 강독하고,
강독 후에는 책 내용을 기반으로
현실에서 새로운 방안을 만들고,
시국을 놓고 토론했다는 경연.
설민석의 강의와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지는
21세기 집단지성,
<요즘책방>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요즘책방>이 책을 방송으로 표현한 것이라면,
이 책 <설민석의 책 읽어드립니다>는
방송을 다시 책으로 표현한 것인데,
기본적인 줄거리를 제외하면
최대한 겹치지 않게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새로운 독서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거라 한다.
29권의 책 중에 5권을 선정한 기준은
바로 땅과 사람을 주제로 삼은 것이라고.
책을 요약해주면 소개된 책을 안 읽는 것 아닐까란 질문에,
다섯 권의 작품으로 잘 꾸민 갤러리를 소개하는
브로슈어가 바로 이 책이라고 대답한다.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 리처드 도킨스
『사피엔스Sapiens』, 유발 하라리
『페스트La Peste』, 알베르 카뮈
『한중록閑中錄』, 혜경궁 홍씨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 제러미 리프킨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권의 인문학 서적을
모두 리뷰에 담을 수는 없으니
대략적인 구성만 소개해본다.
지구, 유전자 생존기계들의 별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로 시작해서..
설쌤이 이해하고 새롭게 풀어낸 언어로
내용과 맥락을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관련 분야가 아니기도 하고,
책의 두께도 두꺼웠고,
자신과 다른 저자의 주장에 대한
독서의 과정과 의식의 흐름을
매끄럽게 풀어가고 있어서
어려운 인문학서를 접하는 독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하는.
"네가 주체적으로 움직인게 아니야.
유전자가 널 그렇게 행동하도록 조정한거야."
우리가 당연시하며 지켜보왔던
인간과 동물의 본능과 삶의 궤적들은
모두 유전자가 자신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전송하기 위한 본능에서 우러나온
프로그래밍이라는 시각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명체의 탄생은 순전한 우연의 산물이라는 주장.
저자는 결국
"이 지구상에 존재했던, 현재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를 지키고 운반하는 생존기계다."라고 표현한다.
이기적 유전자는 기발한 전략으로
생존기계를 만들어냈고,
그 생존기계에 자신을 보존하는 최적화된 방향으로
행동방식을 프로그래밍하기 시작한다.
작은 짐승이 큰 짐승을 보고 도망가는 것도,
큰 짐승이 작은 짐승을 쫓아가는 것도,
암수가 서로에게 끌려 2세를 생산하는 것도,
민들레꽃이 홀씨를 퍼뜨리는 것도..
모든 만물의 이치가 유전자의 프로그래밍이라는 것.
다리 긴 남자가 인기 있는 이유도
유전에 새겨진 거라는데?ㅋ
과거 포식자를 피해 도망갈 일이 많았던 인간에게
다리가 긴 남성은 빨리 달릴 수 있으니
목숨을 구하기에 훨씬 유리하고,
사냥에도 유리했다는 것.
힘은 무게와 속도에 비례하는 만큼
덩치 큰 남자는 다양한 위험으로부터
여성을 지켜줄 수 있는 확률이 높았다는 것까지.
무의식으로 전송되어온 진화심리학의 산물이며,
자신의 유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기적인 결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 몸안의 유전자를 보호하고,
내 몸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전송하는
우리에게 새겨진 프로그래밍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는 것.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유전자인 밈 meme 개념으로 답한다.
"인간은 이기적 본능을 지닌 유전자의 프로그래밍도
어찌할 수 없는 인간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문화적 유전자인
밈의 조종을 받아 역사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중요한 문구는 부록 독서노트에 적어봐야지.

책을 읽는다고 다 제대로 이해하는게 아니지.
세상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이 난무하는
서바이벌 공간이라고 오독하는 분들을 위해,
저자 리처드 도킨스가 강조하는 말은
이기심이 아닌 이타심이라고 마무리해준다.
설쌤의 '뒷담화'로 책 한 권이 정리되는
완결된 한 챕터
QR코드가 다 찍혀 있어서,
방송 다시 보기도 쉽게.
이기적 유전자도 강의를 다시 보고 싶다면
큐알코드를 찍으면 바로 연결된다.
방송 + 책으로 내용을 맛보기 했다면,
이제 원서를 찾아서 읽어볼 차례겠지.
인문학 독서를 시작해봐야겠다.
"당신의 인생 책은 무엇입니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본다.
사실 나의 인생책은 대부분이
소설책인데, 여기 쓰려니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다는
자기 검열에 부딪쳐서
인문학 책을 좀 뒤적여봐야겠다 싶은.ㅋ
부끄럽게도, <요즘책방>에 소개된 책 중
소장하는 책이 하나도 없다.ㅠ
아쉬운데로 <정의란 무엇인가> 대신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라도 뒤적여본다.
나의 인생 책으로는 어떤 책을 꼽아볼까.
'요즘 책방'에서 소개한 29권의 책 외에도
당신의 인생책으로 채울 10페이지.
읽었던 책, 앞으로 읽을 책 중에
신중하게 골라서 채워봐야겠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라,
독서록을 써라 얘기만 해오다가,
나를 위한 독서를 하고,
또 나를 위한 독서록을 남겨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된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소개된 원작들을 하나씩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