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체스판 - 21세기 미국의 세계전략과 유라시아
Z.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 삼인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내부로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사회를 건설한 미국이지만, 그 조차도 외부에 대한 태도에서 국가이성에 따른 불합리와 무법이 발견된다. 더욱이 오늘날 부시가 이끄는 미국의 모습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 억압과 착취에 맞서 독립한 나라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과거 영국 등 제국주의 열강의 모습을 닮고 있다. 처음부터 강대국 중심의 구도를 그대로 답습한 국제연합(UN)은,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일탈로 인해 기초부터 흔들리고 있다. 국제연합의 존재이유를 묻고 싶을 지경이다. UN의 회의장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가히 ‘춤추는 회의’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전쟁을 결정한 부시의 미국과, 미국의 독주가 못마땅하면서도 그들의 재력에 기대지 않을 수 없기에 침묵하는 러시아, 미국을 시기하면서도 늘 그랬듯 무능력한 프랑스, 불합리한 존재이지만 이제 불합리한 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동정을 호소하는 후세인의 이라크. 회의는 춤추고 세계는 그런 그들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후세인의 이라크가 세계안보에 위협적이라는 미국, 더 정확히 말해 부시의 주장에 동의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불분명한 동기와 불합리한 주장을 앞세워 일방적으로 전쟁을 강행하고자 하는 부시의 모습에서 타국가에 대한 존중이나 국가간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는 합리적 태도란 찾아볼 수 없다. 그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태도를 "독재자(즉 후세인의 이라크나 김정일의 북한)에게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로 합리화 하려 한다. 스스로의 모습에서 이미 대화가 통하지 않고 반대하지 말 것을 강요하며 힘에 의한 정치를 펼치려 하는 일방적인 태도가 발견됨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그럼에도, 반미(反美)는 안 된다. 반대한다면 미국 그 자체가 아닌, 9.11테러로 더욱 구체화되고 강력해진 ‘미국’이라는 이름의 애국주의 혹은 파시즘을 전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는 부시 행정부, 그리고 수 세기에 걸쳐 유럽인들에 의해 잘못 뿌리내린 국제질서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것도 미움이라는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철한 비판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반미는 안될까. 미국과 국제질서에 대한 냉정한 비판은 또 어떻게 가능할까. 미국은 한반도를 경시하는 것이 아닐까. 주한미군은 미국의 지배와 한반도의 종속을 뜻하는 것은 아닌가. 북한과의 평화무드가 지속되고 통일이 결실을 이루게 된다면 주한미군은 더는 필요 없지 않을까.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이 바라는 것 미국의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러시아는, 유럽 각국은, 중국은, 그리고 일본은 무엇을 원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무엇을 추구하게 될까. 우리는 많은 의문 앞에 서있다.

미국에 대한 숱한 오해와 이해의 사이에서 “거대한 체스판(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지음, 김명섭 옮김, 삼인, 2000)” 이 한 권의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 우리가 국제관계라는 미로에서 바른 방향을 찾고 길을 걷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카터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담당 특별보좌관의 조언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눈으로 미국을 읽는다. 그것은 때로 공감하게 하고, 또 때로는 거부감을 줄 것이지만 결국 반미라는 오해나 막연한 환상을 넘어 세계를 바로 보는, 바른 앎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때 우리는 올바른 앎의 전제하에 비로소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옳지 못한 상황을 바로 잡기 원하며 이를 위해 비판할 뿐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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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보 2009-03-19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삼인 학생 마케팅팀 한성진입니다.
삼인의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울러 브레진스키의 신작 <미국의 마지막 기회>도 추천드려요~
리뷰 초기에 언급하신 부시의 실책과
그 앞전의 두 대통령에 대한 행적과 유산을 분석하고
미래의 전망을 제시하는 좋은 책입니다.

분명 훌륭한 나침반이 될거에요 ^^